[골프존 사태③]예측 가능했던 갈등, 손 놓고 있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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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 사태③]예측 가능했던 갈등, 손 놓고 있는 정치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08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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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골프존 사태 취재후기…'안타깝고 아쉽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주)골프존 CI ⓒ 골프존

<시사오늘>은 가맹사업(프랜차이즈) 전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골프존(대표이사 장성원)과 점주들의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이번 기자수첩은 그 '에필로그(Epilogue)'다.

우선 안타까웠다. 골프존과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전골협)의 첨예한 대립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목도한 골프존 사태는 관행적인 대기업 영업방식, 법망의 허술함, 그리고 이 시대가 한 데 어울려 빚어낸 '촌극'이었다.

1970·80년대 기업 육성방식 답습한 골프존

골프존은 2000년 김영찬 골프존유원홀딩스 대표가 단돈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한 회사로, 불과 16년 만에 연매출 3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하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스크린 골프 시장 지배력은 70~90%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최근에는 오너일가가 무려 248억 원의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골프존이 단기간에 대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시대의 흐름과 정부의 지원이다.

한때 골프는 일반 국민들이 접하기 힘든 '명품 스포츠'였다. 하지만 박세리 열풍이 일면서 골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졌고, 이에 탄력을 받은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골프 대중화 정책을 추진했다.

김영찬 대표가 카이스트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 스크린 골프기계 개발에 뛰어들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국정 핵심과제였던 벤처기업 지원정책 혜택을 톡톡히 본 건 덤이다.

이후에도 골프존은 시대의 흐름과 정권의 도움을 누렸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집권 초반부터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시킬 정도였다.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후원하는 AT&D(Advanced Technology & Design) 코리아 브랜드 사업에서 명품브랜드로 선정된 기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골프존이었다. 골프존은 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사업 확장과 홍보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결과적으로 골프존은 1970·80년대 기업 육성방식을 답습한 셈이다.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과거 영업방식 따랐나

또 다른 성공요인은 관행적인 대기업 영업방식으로 사세를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김영찬 대표는 '삼성맨'이다. 김 대표는 1990~1993년 삼성전자에서 시스템영업 부문 임원(시스템사업부장)을 3년 동안 역임했는데, 매년 15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물량 밀어내기 관행이 판을 쳤던 때다. 또한 삼성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로 악명을 떨쳤다. 이 같은 삼성의 영업방식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에 이르러서야 근절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골프존 점주들의 말에 따르면, 골프존은 이 같은 과거 대기업 영업방식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골협은 골프존이 주변 상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 판매에만 급급해 점주들의 피해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계를 고가에 파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유상 업그레이드와 부당한 코스사용료(R캐시) 징수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골프존은 2012년 대당 2000만 원이었던 업그레이드 비용을 불과 7개월 만에 2500만 원으로, 이듬해에는 다시 1000만 원을 올린 3500만 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상 요인이 대체 무엇인지 원가가 궁금하다는 게 점주들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원가를 공개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 우리가 수년에 걸쳐 투입한 개발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합쳐진 것"이라며 "골프존은 일부러 부당이득을 취한 일이 절대 없다"고 반박한다.

왜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인정하지 않았나…입법의 흠결

점주들이 골프존의 가맹사업(프랜차이즈)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상권보호에 대한 골프존 측의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과거 골프존이 가맹사업임을 인정하지 않고 기계 판매에만 몰두하면서 발생한 과밀 상권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가맹조건에 분명히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지역공동상권 개별협의', '업그레이드 제품 비가맹점 판매 중지' 등을 제시했지만, 전골협 측은 골프존의 시장 지배력이 70~90%에 육박하는 실정에 맞지 않는 방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입법의 흠결'에 있다. 가맹사업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가맹사업의 영업형태를 보이는 기업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갈등인 것이다. 애초에 골프존이 가맹사업인지, 아닌지 기준 삼을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태였다.

결국 법망의 허술함으로 인해 골프존과 점주들 모두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정치권의 수수방관, '아쉽다'

그래서 아쉽다. 일찍이 예측 가능한 사태였고, 입법의 흠결로 인해 문제가 커진 것이 분명함에도 정치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골프는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의 시발점이다. 이와 비슷한 시뮬레이션 스포츠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최근 스크린 야구장이 각광받는 신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골프존 사태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법제화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골프존과 점주들을 원만하게 화해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들은 그보다 본질적인 입법활동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제2의 골프존 사태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그건 사회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정치인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여의도 국회 등지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을 수차례 방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점주와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사실 가맹사업인지 뭔지 관심이 별로 없어요. 여의도 근처는 다른 지역보다 가격도 센데 대부분 장사 잘돼요. 자리가 꽉 차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국회에서 일한다는 분들도 많이 찾고, 주변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도 많이 오고, 점심시간이나 저녁 때 국회의원들도 몇몇 본적 있어요. 스코어가 아주 좋으시더라고."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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