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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과 나경원 출마론은 오십보백보
2016년 07월 09일 (토) 정세운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새누리당 8·9 전대를 한 달여 앞두고 각 진영에선 당대표 경선에 내보낼 대진표를 짜느라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박 일부에선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을 찾아가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권하고 있다.  비박 진영에선 서 의원이 출마하면 응징하겠다는 심사로 나경원 의원이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 서 의원의 출마론을 맨 앞줄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사는 이장우 의원이다. 그는 최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에 개입했다가 김 의원으로부터 "대전시민한테 물어봐,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놨나"라는 모욕성 비난을 들었던 의원이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서 의원의 출마 필요성에 대해 "지금 새누리당의 많은 분들이 당이 사분오열돼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당을 하나로 통합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분으로 그나마 경륜이 풍부하고 최다선으로 다향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서청원 의원이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사분오열돼 있다’는 진단은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을 염두에 둔 말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당을 하나로 통합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분’이라며 서 의원을 치켜세우며 출마론을 개진한 데 대해선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동료 의원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친박 대 비박’ 대결 구도에서 ‘친박 맏형’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인사가 출마를 강행하는 게 당내 통합을 도모하는 것이란 주장은 어쩐지 궁색하게 들린다.  서 의원은 지난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벌어졌던 ‘공천 파동’ 때도 친박 입장을 대변하는 맏형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었다. 

   
새로운 대표를 뽑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친박 내부에서는 서청원 등판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맞서 나경원 의원도 전대 출마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뉴시스

‘서 의원 출마가 당의 통합을 위해서’라는 주장, 얼마나 설득력 있나?

다행히 지금이라도 친박·비박을 떠나 대다수 의원들이 “당의 화합을 위하여!”라면서 서 의원 출마를 바라는 분위기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8선 70대 노정객을 직접 겨냥해 3선 이혜훈 의원은 ‘꿩대신 닭인가’라면서 비아냥거렸고, 당대표 주자인 김용태 의원은 ‘국민과 당원들 심판의 대상’이라고 씹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서 의원의 출마가 당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말인지?  ‘결단’만 내리면 당 대표에 압도적으로 당선돼서 이후 비박계의 불만을 꾹 눌러놓을 수 있다는 뜻인가?  차라리 “당의 화합을 위해서”라며 불출마를 택한 최경환 의원의 말이 더 현실적이며 국민 정서에도 와닿는다.

서 의원의 출마설에 대응해 상대 진영에선 나경원 의원의 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다.  나 의원은 며칠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안됐는데 또 당권 경쟁에 나가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서청원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나온다면, 그때는 조금 더 (당권 도전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면서 출마 가능성을 살짝 열어뒀다.

이후 친박 일부 인사들이 서 의원을 찾아다니며 집요하게 출마를 요청하는 사이에 나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나 의원의 입장은 “서 의원이 출마하면 나도 출마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서 의원 출마가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와 거리가 있다는 그의 현실 인식은 일리가 있지만, 본인의 출마 여부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할 것이다. 

나 의원, 자신의 출마가 곧 당선이라는 전제는 너무 앞선 것 아닌가?

현재 비박 진영에선 수도권 5선의 정병국 의원과 3선의 김용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이들의 ‘선수’와 ‘오기’를 감안하면 4선의 나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더라도 ‘친박 당권을 저지하기 위해’, ‘비박의 표 분산을 피하기 위해’라면서 이들이 출마를 접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흥행지수가 높아졌다면서 전의를 한층 불태울 것이다.  그렇다면 비박의 지지표는 어떻게든 갈라질 수밖에 없고 오히려 친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만 높여 주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친박 당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기존에 품고 있던 출마 의사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 의원 측은 ‘내가 출마만 하면 당선은 확실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장담은 금물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더라도 친박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런 당내 판도에서 ‘당의 통합과 화합’이 아니라 ‘친박 당권 저지’를 기치로 출마해서 과연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나의 출마가 곧 당선’이라는 생각으로 ‘해결사’처럼 처신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가 국민들 눈에는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특유의 강한 호소력으로 친박 일부에서 이탈표를 확보해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떡 줄 사람들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정치는 말의 예술이라고 한다.  정치인은 말로써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는 국민들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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