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소설 〈싸드〉는 예언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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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소설 〈싸드〉는 예언서였을까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7.1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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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년간 우리는 ‘함께 고민’했나…정부, 보다 적극적 대처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2014년 <싸드>를 펴낸 김진명 작가 ⓒ시사오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핫 이슈로 떠오르며 한반도를 삼켰다. 경북 성주군이라는 구체적인 배치 장소도 나왔다. 그런데 ‘사드’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아주 낯설진 않다. 그 배경에는 약 2년 전 출판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작가 김진명의 소설 <싸드>가 있다.

THAAD를 <싸드>로 표기하든 <사드>로 표기하든 결국 같은 것을 가리킨다. 작가 김진명은 약 2년 전 이 생소한 군사병기의 이름을 제목으로 장편소설 한 편을 펴냈다. ‘이것은 팩트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이 소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국민들의 사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상당한 양의 정보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작가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지, 혹은 반대하는지는 알 수 없다. 기자는 이 책의 출간 후 작가를 인터뷰한 자리에서 “그렇다면 결국 사드는 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질문한 바 있다. 김진명 작가의 대답은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었다.

“독자들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이 문제는 워낙 어느 쪽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뭐가 낫다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 이전에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전부가 시간을 갖자' 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다 같이 고민하자!’라는 거다.” - 2014년 <시사오늘> 인터뷰 中 (관련기사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531)

그런데 약 2년이 지난 후, 사드 배치는 현실화되기까지 우리는 ‘함께 고민’하지 못했다. 그 결과 사드 배치 소식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정치권은 당혹감과 함께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고,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지역마다 격렬한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경북 칠곡군수는 삭발을 감행했고, 최종배치지 낙점소식이 지난 12일 알려진 성주군에선 군수가 단식투쟁에 돌입하고 5천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사드는 소설의 흥행에 힘입어 이미 한 차례 부상한 바 있었던 이슈다. 본지에서도 지난 2014년 특집으로 편성했었다. 그러나 약 2년의 시간동안, 정부는 관련된 추가적인 소명이나 공론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혼란이 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드 배치가 군사 관련 전문적인 업무고, 국가의 중대 사안인지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그래도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했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작금의 혼란은 국론조차 통일시키지 않은 채 중대한 외교적 결단을 진행한 후폭풍이다.

해당 사안은 한국의 안보강화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강대국들이 얽혀있으며, 동북아 외교의 지형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정보의 공유조차도 사드 배치 발표 이전엔 소설 <사드>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사드 배치와 관련된, 보다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럴 것이 아니었다면 이 난처한 상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비책을 세운 뒤 발표하는 것이 순서였다. 사드 배치 문제가 풀기 어려운 실타래임은 이미 소설에서도 예견된 바 있지 않은가.

“한국의 입장은 어렵기만 하다.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중국에 걸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싸드를 받아 중국과의 불화를 초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국가방위를 미국과 같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지, 아니 거절하는 게 옳은지…. 그야말로 어려운 문제다." - 2014년 8월, <싸드> 작가의 말 中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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