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기념사업 횡령 의혹]끝없이 '지연된' 공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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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기념사업 횡령 의혹]끝없이 '지연된' 공사, 왜?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7.19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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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민들 "YS 이름 건 사업인데"…김현철, "환부 도려내고 사업 잘 마쳐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지난해 11월 故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서거와 함께 주목받았던 '김영삼 기념 도서관' 사업이 직원의 '간 큰' 횡령으로 지연되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안기고 있다.

▲ 서울 상도동에 건립 중인 '김영삼 기념 도서관' 외관. 지난 2012년 첫 삽을 뜬 이후 2013년 6월 당초 개관일이 수차례 연기된 데 대해 직원의 횡령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 시사오늘

서울 상도동 자택 인근에 건립 중인 김영삼 기념 도서관은 YS가 생전에 가장 애착을 보인 기념사업이다. YS는 생전에 "도서관이 완공되면 아침에 거기로 출근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첫 삽을 뜬 이후 2013년 6월 당초 개관일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YS의 '도서관 출근' 꿈을 결국 이뤄지지 못 했다.

이에 도서관 건립을 주도한 김영삼 민주센터 측이 지난달 내부조사를 통해 김 모 사무국장이 공사비 40여억 원을 횡령, 공사가 지연된 정황을 포착해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비서관 출신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복수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건물은 거의 됐는데 전시물을 채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YS 서거를 계기로 재평가가 이뤄지면 지지부진한 기념사업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김영삼 기념 도서관' 사업이 직원의 횡령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역 주민들도 충격받은 모습이다. 지역 주민이 도서관 정문을 지나가는 모습. 뒤로는 YS 생전의 사진이 현수막으로 걸려있다. ⓒ 시사오늘

<시사오늘>이 19일 방문한 김영삼 기념 도서관 주변은 유난히 조용했다. 전날 경찰 조사의 여파인 듯했다. 앞서 경찰은 김영삼 민주센터 사무실과 김 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하 4층, 지상 8층의 웅장한 건물 규모가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도서관 정문에는 '서울형 장애물 없는 건물-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생전 YS의 사진이 현수막으로 크게 걸려 있었다. 사진 밑에는 '상도동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큰 글씨가 쓰여 있었다.

외관만 보면 이미 공사가 끝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지만, 건물 뒤편을 들여다보니 건축 자재가 여전히 널브러진 모습이었다.

<시사오늘> 취재 결과, 해당 건물은 전기세를 내지 못해 수 차례 한국전력으로부터 단전 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취득세 미납으로 동작구청에서 압류 압박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모두 유예 상태다. 이 모두가 이번 횡령 의혹 사건과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삼 민주센터 측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2013년 이사회 때 김 국장을 정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 데, 이사 몇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에게 격려는 못할망정…'이라며 비호했다"면서 "감사 시스템도 있긴 하지만 홍인길, 이석채 등 워낙 바쁜 사람들을 감사로 앉혀놓으니 운영이 제대로 됐겠는가"라고 토로했다.

▲ 본지가 19일 김영삼 기념 도서관을 살펴본 결과, 깔끔하게 정리된 외관과 달리 건물 뒤편 내부에는 건축 재자들이 여전히 널브러져 있었다. ⓒ 시사오늘

마침 건물 안에서 김영삼 민주센터 관계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기자의 취재요청에 돌아가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한 관계자가 걸어 잠근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어제부로 사무실 업무도 중지한 상태라서 외부 출입을 막고 있다"면서 "상황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라고 말을 아꼈다. 또 내부 분위기가 심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기념 도서관 횡령 의혹은 지역 주민에게도 큰 충격인 듯했다.

김정례 씨(72)는 "그동안 도서관 공사가 더뎌서 이상하다 했다"며 "도서관 앞 길목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난 몇 년 간 공사자재로 어지럽혀 있어서 다니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도동 산 지는 10년 안 됐지만, YS는 부산에 피난 갔을 때부터 지켜봐왔다.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때도 기억날 정도"라면서 "YS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데 횡령 이야기가 나와야 하나. 정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용학 씨(80)는 "주변 식당에서 들어서 공사비가 없어서 개관이 지연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다만, 이번 논란이 YS와 상도동계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옮겨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구일·김정주 부부(70·68)는 "YS 하면 상도동인데, 지역 주민으로서 이번 논란에 화가 난다"며 "그 다음 대통령이었던 DJ의 기념사업은 잘만 완료됐는데 왜 YS는 질질 늘어진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YS가 서거 전에 완공되길 바랬다고 알고 있다. 그게 횡령 때문에 지연된 거라니 기가 찬다"면서 "국가에서 추진하는 거면 미리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서관 건립에 들어가는 공사비는 총 265억 원으로, 이중 75억 원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사오늘>과 어렵게 연락이 닿은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는 "도서관 건립이 지연된 이유는 내부의 방만한 운영 때문"이라면서 "아주 창피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그간 곪은 게 터진 것으로, 이참에 환부를 도려내 쇄신해서 사업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기도 한  김 교수는 앞서 지난 2013년부터 '이사회가 사무국의 보고만 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개편 등을 주장해왔다.

한편, 경찰은 김 국장의 출국을 금지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전화기를 꺼 둔 김 국장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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