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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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22 15:3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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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화려한 삶에 가린 어두운 家長의 무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경제계 대통령이자, 부패척결을 주장하며 청렴경영을 선언했던 깨끗한 기업가 이 회장의 예상치 못한 외도 의혹에 국민 모두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어른 중 어른이다. 현행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성매매 행위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크게 지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자는 그에 앞서 이 회장이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가의 가장(家長)이었음에 주목한다. 불법적 행위를 동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그저 그가 인간적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1987년 12월 1일 선친 故 이병철 회장에 이어 제2대 삼성 회장으로 임명된 이 회장은 당시만 해도 연간 매출액이 13조5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던 삼성그룹을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오늘날 삼성은 모두 그의 작품이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결코 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함을 강조하며 일선 경영 현장에서 뛰었고, 혁신을 부르짖으며 그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또 달렸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은 그의 성품과 도전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이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저녁 늦게 호흡곤란증세로 쓰러진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두루 존경을 받는다. 그야말로 누구나 원하는 화려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성매매 의혹이 제기된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이 회장은 과연 어떤 심경일까 ⓒ 뉴시스

하지만 그 이면에 이 회장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가장의 무게였다.

선친 故 이병철 회장은 슬하에 총 4남6녀를 뒀다. 3남5녀는 故 박두을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나머지 1남1녀는 일본인 처의 소생이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은 박두을 여사의 셋째 아들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장남과 차남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삼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했으니, 형제 간 분란이 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훗날 삼성과 CJ의 상속권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회장은 비운의 아들이었고, 모진 동생이 돼야 했다. 선친이 일군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그래서 형제들에게 못난 동생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큰 고뇌에 시달렸을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2005년에는 아끼던 막내딸이 미국 유학 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회장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이 못내 원망스럽고 아쉬워 가족 사진첩에서 막내딸의 얼굴을 지웠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을 그 누가 알리오. 그럼에도 그는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그해 삼성은 X파일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무렵, 이번에는 장남의 이혼 소식이 들려왔다. 2009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며느리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 결별한 것이다. 당시 여러 가지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이 회장은 소식을 듣고 침통에 빠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이듬해 3월 장남의 이혼 문제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경영 복귀를 하기에 이른다.

병상에 누워있는 중에도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는 이 회장을 스멀스멀 괴롭혔다. 그가 쓰러지고 5개월 정도 지났을까,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법원에 이혼 신청을 했다. 소송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2016년 7월 21일 <뉴스타파>가 이 회장 본인의 성매매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가를 짊어진 가장(家長)의 무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22일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 "회장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 이번 의혹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어 대단히 송구스럽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그룹 차원의 일이 아님을 분명하게 선 그었다.

30년 동안 본인의 손으로 일궈온 회사가 자신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마 이 회장은 크게 괘념치 않으리라. 그것이 평생 자신이 어깨에 지고 살아온 가장의 무게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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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용아 2016-07-23 11:43:17
아버지 커버 안 치고 통수치고 있네
재용아

ㅇㄹ 2016-07-22 18:41:48
13조 에 불과 하다니? 그 당시 13조면..

??? 2016-07-22 18:39:23
근홍이 재용이가 머리쓰다듬어 줬나?? 왤케 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