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글쓰기, 미래핵심역량 키워내는 기본적 밑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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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화 “글쓰기, 미래핵심역량 키워내는 기본적 밑 작업”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2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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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진호 기자)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로 유명한 T.S.엘리엇은 “글쓰기는 모호함에 대한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흩어진 생각의 편린을 한데 모으고, 충분히 숙고한 뒤 명료하게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민의 수단이며, 성숙의 과정이다.

하지만 ‘영상의 시대’가 되면서 글쓰기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 일선에서조차 ‘교육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글쓰기 교육을 등한시하는 추세다. 〈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 저자 한경화(천안동성중학교 교사) 수석교사는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들면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시사오늘〉은 지난달 25일 충남 천안의 한 카페에서 한 수석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천안동성중학교 한경화 수석교사 ⓒ 시사오늘

“글쓰기 교육, 창의인성교육과 직접적으로 연관”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영상의 시대’에 글쓰기가 강조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창의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글쓰기와 창의인성교육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글쓰기와 창의성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을 쓰라고 하면 학생들은 꾸밈말이나 비유적인 표현을 끌어다 쓰며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글쓰기는 정직·책임·존중·배려·공감·소통·협동 등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인성 덕목들을 다룬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인성 덕목들의 중요성에 대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스스로 깊이 고민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이야기까지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표현하더라. 아이들이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이뤄내는 성과가 정말 크다는 걸 알게 됐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생각하는 힘이 커져 사고력, 논리력, 표현력이 길러진다. 또, 내 이야기를 쓰면서 솔직해지고, 삶과 세상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갖게 되어 마음공부도 저절로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때론 날카로운 시선을, 때론 부드러운 시선을 가지면서 삶을 통찰하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발전하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고 싶었다. 〈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를 쓰게 된 계기도 이것이었다.”  

▲ 천안동성중학교 한경화 수석교사 ⓒ 시사오늘

“또 하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글쓰기의 실질적인 효용이다. 요즘은 학교 현장에서 영상물을 자주 활용하는데, 이것도 결국 주입식 교육이다. 반면 독서 교육과 글쓰기 교육은 표현하게 하는 교육이다. 현재 교육부가 강조하는 핵심 역량을 보면 주입식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식이나 정보, 인성, 창의성 등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끄집어낼 줄 알아야 한다. 독서와 글쓰기가 강조돼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창의인성교육과 관련해서 글쓰기 교육을 강화시켜도 될 것 같은데, 학교 일선에서의 현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독서와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모든 학교에서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중요시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잘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요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관리자나 담당자가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경향이 있다.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중시하는 교장 선생님이나 국어 선생님이 계시면 교육도 잘 이뤄지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오시면 방향이 뒤틀려버린다.”

“무엇보다도 입시가 발목을 잡는다. 입시라는 게 점수로 줄 세우는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장 내 아이들의 내신이 급하고 수능이 급한데,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면 어느 부모님이 좋아하겠나. 이런 문제점은 학교에 계신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알고 계시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어와 수학 교육에 몰두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글쓰기 향상 비법은 끊임없는 질문”

-글쓰기 능력은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맞다. 글쓰기 능력은 갑작스럽게 향상되지 않는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써야 효과가 나타난다. 이건 아이들이 스스로 하기 어렵다. 옆에서 질문을 해주면서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제 사례를 말씀드리면, 제가 가르친 아이들도 처음에는 한 줄도 쓰기 어려워했다. 그럴 때 한 줄 쓴 것을 칭찬하고, 독려하고, 뭘 써야 할지 모를 때 ‘주인공은 어떤 성격이야’라거나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대답하면 그걸 글로 옮기는 식으로 지도한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너무 길게 쓰라고 하면 질려한다. 두세 줄 정도를 써보게 하면서 거기에 자기 생각을 집어넣게 해야 한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하다보면 어느새 글 한 편을 쓸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습관처럼 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기보다 한 문장, 한 문단, 한 쪽이라도 내 생각과 마음을 담아 쓰면 된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글이야말로 쓰면 쓸수록 유창해지고 좋은 문장을 쓰게 된다. 여러분도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다보면 ‘나도 좋은 글을 쓸 수 있구나!’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 천안동성중학교 한경화 수석교사 ⓒ 시사오늘

-활자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학생들은 글쓰기에 본능적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뭐든 강제로 하는 건 좋지 않다. 효과도 없다. 때문에 아이들이 하기 싫은 마음이 안 들게끔 동기부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 아이들이 편지 쓰기를 싫어하는데 나는 올해도 어버이날 아이들에게 ‘부모님께 편지 쓰기’를 시켰다. 물론 억지로 시킨 것은 아니다. 예쁜 편지지를 두 종류 마련해서 아이들에게 취향에 맞게 편지지를 선택하게 하고, 편지를 쓰기 전에 부모님의 사랑에 관련된 가슴 뭉클한 영상을 보여줬다. 아이들의 마음에 감정을 불러일으킨 거다. 이렇게 하니까 한 시간 동안 오롯이 편지를 다 써내더라. 이런 식으로 지루하지 않고 힘들지 않게 유도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래보고서 2050을 보면 미래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세계화와 기술의 가속, 직업의 변화 등 메가트렌드를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가 절실하다. 교육부에서는 미래핵심역량이라는 걸 내놓았다. 자기관리·민주시민의식·문화적 소양·정보활용·문제해결능력·자기주도학습능력 등이 그것인데, 아이들이 미래에 사회인으로서 우뚝 섰을 때 세계 속에서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하는 역량이다. 그런데 이런 역량은 주입식 교육으로는 키울 수 없다. 스스로 고민하고, 결과물을 표현하는 훈련을 거듭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미래핵심역량을 키워내는 가장 기본적인 밑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가 그 밑 작업에 일익을 담당해주리라 믿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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