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두 번 울리는 ‘오락가락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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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두 번 울리는 ‘오락가락 집값’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4.30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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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남 등 집값반등 수요자 당혹
#1. 중소기업 사장인 최씨는 요즘 한숨이 잦아졌다. 최씨가 한숨을 자주 내뱉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집 때문. 최씨는 지난해 10여년 동안 거주하던 송파에 위치한 아파트 1채를 비롯해 강남에 보유하고 있던 오피스텔 1채를 헐값에 처분했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다가 각종 방송 및 언론 등에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예측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측에 최씨는 현금 보유가 최선이라는 판단을 하고 전세로 집을 옮겼다. 하지만 처분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값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해 약 2억여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
 
▲     © 시사오늘

 
#2. 외국계 IT업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집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당시 박씨는 지금의 아내와 여러차례 상의를 했지만 1~2년 후에는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고 내집마련의 꿈을 미뤘다. 그가 당시 사려고 했던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79㎡의 아파트는 2억1000만원. 하지만 지금 이 아파트는 각종 재개발 발표와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으로 인해 7000만원이 올랐다. 지금은 구입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구입할 수도 없다.
 
최근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이 반등하면서 부동산 폭락론을 믿었던 수요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세보다 수천만원 싼 값에 주택을 처분한 집주인이나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다 매물을 놓친 매수대기자 모두 몇개월새 훌쩍 뛴 호가 때문에 속이 상한다.

부동산 폭락론은 경기침체와 인구감소, 미분양물량 급증, 공급량 초과 등으로 집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이슈였다. 마침 집값이 수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던 상황이어서 부동산 폭락론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하지만 올들어 시장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지난 2006년 고점 대비 80∼90% 수준을 단숨에 회복했다. 시세보다 싼 값에 나왔던 급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집을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못 사는 상황도 벌어졌다.
 
◇부동산 시장 한마디로 안갯속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거래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지난 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3만 7000건을 넘었다. 이 정도면 시장이 침체되기 이전과 맞먹는 수준으로 거래 실종 사태가 빚어졌던 지난 하반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집값도 상당 수준 회복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연말 많게는 반토막까지 떨어졌던 버블세븐의 경우 큰 폭의 반등세를 보였다.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6~2007년에 비해 서울 강남권은 90% 이상, 나머지 버블세븐도 80% 이상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시장 태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지난 연말 3,258만 원이었던 3.3제곱미터당 평균가가 최근 3585만 원으로 올 들어 10% 상승했다.
실례로 잠실 주공 5단지 34평형의 경우 2007년 초 12억5000만 원까지 갔다가 지난 연말 8억 8000만 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최근 11억 2000만 원까지 회복했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이 확정된 것이 커다란 계기였다.
지난 해 10차례 안팎 쏟아진 부동산 대책과 사상 유례 없는 저금리 정책도 심리적인 안정을 줬다는 평가다.
 
◇서울 7200여 가구, 집값 20%이상 올랐다

최근 강남발 아파트값 상승세로 모처럼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지역에서 20% 이상 상승한 아파트가 7200여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의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뱅크가 서울지역 아파트 총 109만 623가구를 대상으로 평균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지난 1월말 대비 현재(4월3주 기준) 20만 9,268가구(19.2%)가 상승했으며, 하락한 가구도 21만 2,068가구(19.4%)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지역 아파트 총 108만 4,725가구 중 55만 2,613가구(50.9%)가 오른 반면, 8만 479가구(7.4%)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상승한 가구가 많았던 곳은 송파구(5만1508가구)이며, 이어 강남구(4만249가구), 강동구(2만3347가구), 서초구(2만2033가구), 양천구(1만8337가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4구를 비롯해 마포구 일대의 아파트 7235가구가 20% 이상 올랐으며, 이 중 송파구(3130가구)가 가장 많은 가구수를 차지했다.

송파구 가락시영1차 43㎡(13평형)가 지난 1월말 대비 현재 22.9%(4억 1500만→5억 1000만원)가 올랐으며, 서초구 잠원동 한신16차 56㎡(17평형)가 23%(3억 7000만→4억 5500만원),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 26㎡(8평형)가 28.1%(3억 2000만→4억 1000만원), 강남구 개포동 주공5단지(고층) 112㎡(34평형)가 21.7%(8억 6250만→10억 5000만원)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노원구(12만2176가구)에서 집값이 상승한 가구가 많았으며, 이어 도봉구(4만9418가구), 구로구(3만1329가구), 성북구(3만601가구), 중랑구(2만8020가구) 등이었다. 이른바 노도강을 중심으로 동대문구 금천구 등에서 무려 10만 392가구가 20% 이상 올랐으며, 이 중 9674가구가 5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 집값의 선행지수라 할 수 있었던 강남권 일대 재건축 단지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등 국지적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과잉유동성을 막기 위해 국채 발행을 하고 있어 향후 금리가 다시 상승할 여지도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요소는 상존해 있다. 실제로 시장의 거래와 가격 양상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이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상승 움직임이 있는 지역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승지역보다는 하락한 지역이 많다는 점에서도 급격한 회복세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하락폭이 컸던 주요 지역이 반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시장이나 분양시장이나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냉각돼 있다는 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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