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시위④]“교수에 기저귀 던져” vs. “인권문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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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시위④]“교수에 기저귀 던져” vs. “인권문제 없었다”
  • 오지혜 기자 정은하 기자
  • 승인 2016.08.01 21: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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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최경희 총장, "학생들 도 넘었다…개별적 고소, 막을 생각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정은하 기자)

평생교육 단과대학, 이른바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두고 이화여자 대학교 내부 갈등이 점입가경인 모양새다. 학생들은 1일 총장실이 있는 캠퍼스 본관 건물 내부에서 5일째 총장의 대화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논란의 대상인 최경희 이대 총장이 이날 오후 캠퍼스 내부에 위치한 ECC 이삼봉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농성과 미래라이프 사업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농성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도를 넘었다"면서 "변화된 태도를 기대하지만, 이후에는 학교 측도 관용적 태도만을 보일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항의 농성을 이어가던 학생들은 최 총장의 발언마다 '거짓말하지 말라' 등 야유를 보내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것을 예고했다.

<시사오늘>은 이날 학교 측 기자회견 중 주요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그 직후 열린 학생들의 반박 역시 마지막에 달았다.

▲ 논란의 대상인 최경희 이대 총장이 1일 오후 캠퍼스 내부에 위치한 ECC 이삼봉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농성과 미래라이프 사업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시사오늘

◇ "경찰병력 투입, 교수들 감금된 위급상황으로 판단"

-경찰병력 투입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달라.

"농성이 시작된 지난 28일 자식과도 같던 학생들이 생전 보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은 옷에 선글라스에 모자에 마스크에. 학생처장이 대화를 해야 한다며 10분만, 30분만 하며 농성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그러나 45시간 본관 안에 갇힌 평의원 분들의 상황이 위급하고 또 학생들 역시 극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학교 쪽에서 112와 119에 신고했서 구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본관 건물은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시설을 보호해야 하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제 뒷조사를 하고 차량을 수배하고…. 어떤 사회에서도 이럴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소장 접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고소장은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는 모르겠다. 지난달 28일부터 감금됐던 평의원, 교수들이 고소하겠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학생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왜곡된 사실에 대해 인정하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여러차례 내부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112, 119에도 수십차례 접수됐다. 그럼에도 감금한 것은 매우 큰 범죄에 해당한다. 오히려 그전에 단호하게 대처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한다. 오히려 교육적으로 엄히 다스릴 때는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싶다."

-학생들과의 만남보다 기자회견이 먼저인 이유가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대화하자고 수차례 제안했는데, 본관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감금된 평의원들이 문자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라. 총장까지 가둬놓고 미래라이프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SNS를 통해 이번 사안이 속수무책으로 왜곡되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차 대화를 제의했는데 아무 말도 없었다. 그래서 우선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된 태도를 기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후 안정된 학사운영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힌다."

◇ "학생들, 감금 상황 왜곡해…기저귀 던지면서 수치심 유발"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서혁 교무처장은 지난달 28일부터 46여 시간 이어진 '감금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금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감금이냐 아니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저는 평의원은 아니지만 사업 책임자로서 밖에서 대기하다 지난달 28일 밤늦게 본관으로 들어갔다. 당시 학생들에게 화장실 이용도 허락받아야 했다. 또 화장실 가는 길에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고, 심지어 풍물패도 들어왔다. 생리적인 문제를 조용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니까 강도가 더 세졌다. 물론 얼굴에 침 뱉고 싶지 않다. 이화에는 훌륭한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정말 개선이 필요하다."

-당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또 다른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감금 마지막 날 학생 15여 명이 회의실에 고성능 앰프 등을 이용해 귀가 찢어지도록 음악을 크게 틀었다. 새벽 3시까지 이어졌고 잠을 잠 수가 없었다. 특히 'We will rock you'와 같은 노래를 틀어놓고 우산대 등을 흔들었다. 이때문에 이명이 폭풍우처럼 쏟아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학생 측에서는 공기청정기를 틀어주며 편의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청정기가 학생 쪽으로 돼 있었다. 이때 경험으로 정신과 선생님을 만나 분노로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취재진이 당시 상황이 경찰 등 공권력 투입이 필요했을 정도인지 재차 묻자, 최 총장은 한숨을 내쉬며 "그 상황을 잘 모르시는 것"이라면서 학교 측이 찍은 영상을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공권력을 마주쳤을 때 충격과 같은 정도인가.

"여성으로서 갇힌 상황을 상상해 보셨나. 제가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당시 감금 당한 평의원과 교수들이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 또 CCTV도 있다. 공권력 투입 이전에 당시 상황으로 우울증 등 정신적인 타격을 받은 서혁 교수도 있다. 공권력 투입이 피치 못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밤새 토론을 통해 설득시킬 자신도 있다. 정말 그 상황도 모르면서…. 격한 말까지 하게 되는데, 감금 당시 남자 선생님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자 학생들이 기저귀를 던져줬다더라. 참으려고 했는데 참는 게 교육의 관용과 진리는 아니다. 낱낱이 밝혀 더는 이화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모든 게 밝혀졌을 때 학생들도 취재진들도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해할 것이다."

◇ "미래라이프 사업, 정당한 절차 거쳤지만…소통 부족했다"

아울러 최경희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래라이프 사업 추진을 위해 법인 이사회 등 적절하고 정당한 절차 거쳤지만,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미래라이프 사업과 추진 과정이 갈등의 핵심이다.

"교육부에서 작년 12월 말 우리나라 고등교육 지원 사업 세 가지를 발표했다. 코어 사업(인문학 진흥 사업)·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프라임 사업이다. 그 중 기본적으로 두 개를 선택해야 해서 우리는 프라임 사업과 평단 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올 중순 평생 단과대학 사업에 정원외 선발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회균등·기회균등 전공 이외에 특성화 고교와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재직자 전형을 신설할 계획이었다."

-미래라이프 대학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네일아트나 뷰티 학과가 아니다. 뉴미디어 등 미디어학 등도 포함된다. 이론적 체계에 현장 실무를 더하는 방식이다. 다른 대학도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자부심을 배우고 사회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전형으로 들어온 재학생들은 취업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본교를 졸업한 뒤 취업하는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본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진행하는 것이다. 또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상위권 70%에서 80%가 여학생들이어서 재교육의 기회를 주려는 취지다."

-급박하게 추진된 것은 아닌가.

"시간이 촉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충분히 소통하지 못 했다고 말한 것이다. 교육부에서 공문이 모든 대학에 배포됐고, 학교 내부에서 여러 논의를 한 결과, 정말 할 만한 교육지원정책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구성원 중에서 미래라이프 사업의 성공에 대해 의문을 품은 분들도 계실 것이다. 실제로 단대회의와 교무회의 등에서 총학생회장이 반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액션도 없다가 지난 27일부터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 한편, 학생들은 이날 최 총장의 기자회견 직후 본관 앞에서 학생 측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교수들이 감금된 위급상황으로 학교 측에서 경찰을 투입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이화여대 시위대 측은 “감금이 아니라 불통으로 일관하는 학교에 소통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저항이었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한편, 학생들은 이날 최 총장의 기자회견 직후 본관 앞에서 학생 측 입장을 발표했다. 

교수들이 감금된 위급상황으로 학교 측에서 경찰을 투입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이화여대 시위대 측은 “감금이 아니라 불통으로 일관하는 학교에 소통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저항이었다"며 “만약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시위 장소에서 일찍부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경찰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의 피해자이며 경찰의 폭력 진압의 피해자이다. 이에 대해 감금 운운하며 학교가 언론을 호도해 학생들을 폭력시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학교 측의 주장에 대응했다.

교수들이 학생들이 자신들을 감금했던 상황을 왜곡한다는 서혁 교수의 발언에는 “우리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그 자리에 계셨던 교수님 및 직원들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화장실도 가고 음식도 먹고 에어컨도 트는 등 학생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있었다”면서 “절박한 것은 학생들 쪽이었다. 그 안에서 그분들은 대화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그분들을 붙잡고 우리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또 학교 측에서 5시에 한 기자회견에 대해 어떤 루트로라도 전달을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식 전달받은 내용 없다. 학교 측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때까지 시위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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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허다 2016-08-02 11:39:42
총장은 학생들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대화를 원하는 사람의 태도입니까? 학생들과의 소통과 대화를 원한다면 기자회견장이 아닌 학생들이 있는 본관으로 왔어야 합니다. 학교 측의 주장대로라면 양측이 모두 대화를 원하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진심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본관으로 오십시오. 와서 학생들과 소통해주십시오.

지나가는 독자 2016-08-02 00:06:27
학생들이 왜 이번 시위를 시작하게 됐는지 학생들의 입장에서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셨습니까? 그리고 대화하자며 학생들한테 문자보내놓고 경찰투입하는게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의 모습입니까? 졸업생들을 외부인이라 규정하고 학생들의 행동을 비이성적이며 폭력적인 행위라도 호도하는 당신의 모습에서 실망을 금치 않을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