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전대, 또 ‘영남 대표?’…“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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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전대, 또 ‘영남 대표?’…“지겹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8.04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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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상유지 하려다 패닉…이번 전대가 분수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심각한 표정의 새누리당 지도부. (왼쪽부터) 정진석 원내대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 김광림 정책위의장 ⓒ뉴시스

"새누리당이 영남당이 된 것 같다"

최근 만난 한 여권 정계 인사의 토로다. 얼핏 들으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새누리당은 원래 영남 정당 아니었나. 그래서 무슨 뜻인가 되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영남이 주요 지지기반이었지만 영남당은 아니었다.”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다시 정리하면 새누리당이 영남이라는 지역에 갇혀버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영남이 점점 흔들리자, 온 당이 휘청이는 현 상황이 그 방증이다. 그 배경에는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영남 출신 당 대표 체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론 새누리당은 지난 10년간 집권에도 성공했고, 숱한 선거에서 이겨왔다. 그 바탕에는 새누리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보수’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선과 같은 큰 선거, 특히 대선은 영남이나 호남 어느 한 지역만의 지지로 승리할 수 없음은 한국 정치사가 말해준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현상 유지를 택한다. 앞으로도 ‘영남을 중심으로’ 표를 확장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계산이다. 이를 잘 드러내는 지표가 당 대표직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범 이래, 당 대표직은 대부분 영남 출신 의원들이 차지해왔다. 특히 2003년 6월 취임한 최병렬 전 대표부터 약 10년 이상 황우여 전 대표(2012.5~2014.5)를 제외하고는 강재섭, 박희태, 안상수,김무성 전 대표 등 전부 영남 출신이 당 대표를 맡아 왔다. 주요 정치적 기반이 영남지역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양성이 떨어진다.

그 동안 라이벌인 민주당, 현 더불어민주당은 패배 속에서 조금씩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바탕에는 ‘영남 출신 야당 후보’ 노무현의 성공도 한 몫 했다. 오히려 ‘호남당’ 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후광을 뒤로 하고, 호남을 벗어나 진보진영을 조금씩 그러모았다. 직전에 당을 맡았던 문재인 전 대표만 해도 영남(경남거제) 출신이다. 그 결과 선거에서 이기지 못해도 패배의 격차는 좁혀져 갔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거의 내주고도 최다의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한다.

여세를 몰아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크게 보면 조금 더 세 확장에 도전할지, 아니면 호남 탈환을 위해 움직일지 두 가지다. 최근 신공항‧사드배치 등 영남권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한 새누리당과 대비된다. 새누리당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해서 같은 패턴으로 이겨온 탓에, 당연했던 영남의 지지세가 흔들리자 패닉에 빠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이 부분을 지적하며 전당대회에 나섰다. 정병국 의원, 한선교 의원까지 합하면 비(非)영남 후보가 세 사람으로, 각각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을 대표한 이주영 의원과 주호영 의원보다 많은 숫자다. 이는 영남의 당권독식에 대한 새누리당내의 문제의식이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다.

새누리당 강용석 전 의원은 과거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새누리당의 주류는 간단하게 설명된다. 영남 출신 법조인”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여전히 유효해 보이는 명제다. 그러나 여전히 승리에도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 대선이라는 큰 전투가 다가오는 와중에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분수령은 오는 전당대회다. 자칫하면 무섭게 치고나오는 더불어민주당과, 발밑에서부터 새누리당을 잠식해온 국민의당에게 역으로 포위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국도 여소야대다. 새누리당이 ‘영남당’으로 남을 것인지는 어쩌면 이번 당 대표 선출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영남 대표가 또 된다면, 많은 유권자는 "지겹다. 그만해라"는 평을 내놓을 게 뻔하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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