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면증 시달리는 어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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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면증 시달리는 어느 비정규직
  • 박종운 공덕한의원장
  • 승인 2016.08.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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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의 한방 인문학(17)>밤낮 바뀐 인체의 불균형을 바르게 하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종운 인천 공덕한의원장)

재학 중 전방에서 군복무를 마쳤고,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3년째지만 K군은 아직 일자리가 없다. 서울소재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그의 하루 일과는 취업 포털에 접속해 일자리를 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기가 다반사, 용케 면접을 보기라도 하면 메아리가 없다.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는 어느 직장에 다닌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명절 때도 집에 가기가 겁난다. 거짓말로 둘러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그쪽 집안에서 더 이상 사귀지 말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머물러 신세를 한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날마다 불면의 밤이다.

최근 서울 근교 물류업체에서 일자리를 하나 얻었다. 야간에 택배물건을 차에 실어주는 보조일이다. 물론 비정규직이다. 언제든지 일감이 떨어지면 그만둬야 한다. 취업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이 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격일 12시간 근무지만 일을 끝내고 파김치가 돼 원룸에 들어오면 대뜸 쓰러져 잠을 청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간다.

K군 같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15만6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14만4000명(2.4%) 늘어났다.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꼴인 32.0%가 비정규직 근로자인 셈이다.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10명 중 3명(32.6%)의 학력이 '대졸 이상'이었다. 고졸이 271만5000명(44.1%)으로 가장 많았다. 중졸 이하는 23.3%를 차지했다. 고학력 인력인데도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근로자는 200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자가 276만1000명으로 8000명(0.3%), 여자는 339만5000명으로 13만7000명(4.2%) 늘었다. 이 가운데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이 많이 늘어난 50대 이상 여성들이 시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로 편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K군 같이 밤에 자지 못하면 낮에 활력이 떨어진다. 머리가 무겁고, 나른하며 만사가 귀찮다. 낮에는 잠을 자고 싶고, 밤에는 정신이 맑아지는 수면리듬 장애가 반복된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무기력증, 두통, 어지럼증, 건망증, 만성피로, 불안, 우울, 근육통,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가 나타난다.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위험도 매우 높다.

30여 년 넘게 한의학 연구를 해온 필자는 풍부한 임상경험을 해왔다. 병명이나 증상 보다는 인체의 불균형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지름길임을 확인해 왔다. 오늘도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비정규직들이 고통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간곡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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