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머니 몬스터>, 시대의 진실을 깨우치는 미약한 일성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머니 몬스터>, 시대의 진실을 깨우치는 미약한 일성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8.24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범의 시네 리플릿>집약된 공간과 한정된 서사의 M&A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영화 <머니 몬스터> 포스터 ⓒUPI 코리아

매스컴과 주식 시장은 이데올로기의 대결에서 승리의 종지부를 찍고,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을 고착화시킨 현 자본주의 플랫폼의 상징적 어플리케이션이다. 

문제는 엔터테인먼트와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집적된 미디어와 자본으로 대변되는 이 궁극의 시스템이 맹렬한 기세를 올릴수록, 풍요와 안정을 꿈꾸어 왔던 대중의 현실은 희망과는 달리 어디선가 계속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다. 

거침없이 무한질주 하는 이 자본주의의 수레바퀴에 매몰된 대중은 끊임없는 생존 경쟁에서 스스로 피폐한 희생양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간간이 망각한다. 

하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사회체제 이전에, 애당초 인간의 군집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타고나는 그 탐욕이라는 본능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핵심적인 것은 그 본능을 떠나, 시대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집단 이성이 경도되고 함몰된다는 사실이다. 

이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평안은 새로운 카오스로 유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은 이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현재 자본 논리 속의 대중은, 아니 그 안의 개인은 과연 행복한 것인가? 

설사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향유하고 있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과연 그들의 삶은 바라던 대로 자신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정당하고 이상적인 보상으로 간주될 만한 것인가? 

실상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본디 있지도 않은 무지개 저편의 판타지를 쫓고, 자기 자신을 주마가편하며 살아남은 것은 아닐는지. 

할리우드 최고의 지성파 배우이자 감독인 조디 포스터가 새로이 연출한 <머니 몬스터> 는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과 환상을 상징하는, TV 쇼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에 관객을 몰아넣으며 상술한 문제점들을 끊임없이 질의하고 탐문한다. 

주식 투자에 대한 발 빠른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영화상의 TV 방송은 돈과 여론을 조절하고 재생산하는 자본주의의 현실적 메커니즘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최상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는 이 미디어의 세계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은 진행자와 PD, 카메라맨까지 포함된 방송국의 온갖 주변 인물들을 막무가내로 몰아세움으로써, 동시에 영화 초입에 막 접어든 관객마저 그 혼란의 대열에 거칠게 동참시킨다.

방송국의 부스라는 지극히 한정된 공간을 카메라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비춰줄 때, TV 모니터는 이를 세상과 연결하는 조그마한 창이 되어 사람들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마치 TV 안의 인질범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영화 속의 시청자들과 스크린을 통해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동일 선상에 있는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급박한 드라마를 주도하는 것은 인질범이 아니라, 역시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 특유의 호감 가는 표정과 냉소적인 입담이다. 

그의 미워할 수 없는 행위와 대사 하나하나는 늘 그렇듯, 어느 역을 맡던 보는 이의 스크린을 꽉 채워주는 매력이 있다. 

이 한결같은 정도는 때로 그의 매력을 상투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정작 전반적인 영화 내용을 지배하는 것은 부조정실에서 인이어로 조지 클루니와 소통하는 줄리아 로버츠의 객관적이고도 냉철한 목소리이다. 

이 관록의 여배우는 배후에서 역할과 흐름을 암묵적으로 조종하는 방송 PD 의 전형적 캐릭터를 무게감 있게 수행한다. 

어찌 보면 조디 포스터는 영화 속 줄리아 로버츠의 눈과 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주장을 이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조디 포스터의 연출에 대한 재능은 분명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같은 걸출한 배우와 월 스트리트의 탐욕이라는 훌륭한 재료는 초반의 긴박함을 살리지 못한 채, 동화와 공명이라는 뻔한 서사로 치닫는다. 

초반부터 작은 카메라 렌즈가 한정된 스튜디오 공간을 좁은 모니터로 긴박하게 밀어내지만 이야기는 이렇다 할 반전 없이 식상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늘 익숙하게 형성되는 주조연 간의 동질감과 밋밋한 울림만이 관객들에게 남겨진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논리처럼 진실을 밝히는 그 서사가 너무나 진부하다. 

이미 도식화된 공식은 쉽게 간파되어, 이러한 장르에서 야기될 수 있는 스릴과 서스펜스의 기대치가 반감된다. 

긴장 속의 여백의 미가 아쉽다. 

개인적으로 다른 최고의 여류감독인 캐스린 비글로우의 연출력이 자꾸 상기되는 이유이다. 

비슷한 공간적 배경과 소재를 근거로 <머니 몬스터> 는 누구에게나 우리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를 쉬이 연상시킨다. 

극한을 향한 제로썸 게임이 통치하는 이 세계에서 진실되고 정직한 정상적 삶이 버거워 무서움과 흥분 속에 숨어 사는 세상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 울리는 주제의식을 따진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헤치면서도, 일례로 <머니 몬스터> 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미화되는 월 스트리트라는 이 합법적인 도박판에서 과연 누가 정의이고 선량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분명하게 남긴다. 

그렇게 이 영화는 진실을 밝힌다. 

8월 31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뱀의 발 : 영화에서는 한국어 자막과 함께 뉴욕의 한국계 미국인과 서울의 한국인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예전의 촌스러운 신기함이나 반가움에 앞서, 듣는 이에 따라선 오글거릴 수 있는 한국어 처리가 그래도 그 정도면 할리우드에서도 이젠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으로 차라리 안도를 느낀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