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 <부산행>과 우병우 민정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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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부산행>과 우병우 민정수석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소장
  • 승인 2016.08.2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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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참모의 수준이 정권의 수준을 결정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시사평론가)

영화 <부산행> 관객 수가 1100만을 넘어섰다. 역대 11위라고 한다. 지난 주말 이 영화를 보면서 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는가 생각해 보았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제작사는 대박을 기대했을까? 영화 도입부를 보면 싱겁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화면이 화려하거나 다이내믹하지도 않았다. 영상 자체로 본다면 디지털 시대를 담아내기보다는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 힘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랑과 희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 아날로그적 감동이었다.

임신한 아내와 태중의 아이를 위해 좀비들과 맞서 싸우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버리면서도 비극적 운명에 분노하기보다는 아내를 부탁하며 순교적 자세를 보여준 상화 역의 마동석,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좀비와 싸우다 자신이 감염된 것을 알고 울부짖는 딸을 진정시키며 홀로 열차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는 석우 역의 공유, 이 둘의 절제된 선택을 보면서 이성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 보았다. 좀비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관객들이 현실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에서 어떤 감정을 가질까?

민정수석이 어떤 자리인가?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 파악, 공직사회 기강 관련 업무 보좌, 법률문제 보좌,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정무적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핵심 보직이다. 그 민정수석이 온갖 비리 혐의로 여론의 몰매를 맞고 특별감찰관에 의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병우 민정수석 본인은 사퇴 의사가 없어 보이고, 청와대 전체적인 분위기도 우병우 수석을 감싸는 느낌이다.

고도의 정무적 감각을 요하는 민정수석이 민심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으니 청와대 전체가 갈라파고스 섬으로 매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가 소통 부재라는 박근혜 정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가 지속되면 될수록 우병우 민정수석의 수준이 현 정권의 수준으로 기록되고 포장될 것이다. 죽은 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좀비다. 좀비는 또 다른 좀비를 만든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좀비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아무튼 청와대가 좀비로 둘러 싸여서야 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보기 드물게 단정하고 열정과 진정성이 있으며 위기의 순간에 결단력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부녀 대통령 탄생이라는 전근대적인 현상 속에서도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고, 취임 후 지난 3년 6개월 동안 선거 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정치 결과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인간적 신뢰와 더불어 임기 중 정치적 결과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바란다. 대통령 후보 시절 박근혜 후보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였고, 유신시대 핍박받던 피해자들을 찾아 나서는 등 국민통합의 정치 행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청와대에 들어 간 이후 대통령은 다시 진영의 수장이 되었고, 그것은 청와대와 내각 등 공직 인사 과정을 통해서 입증되었다. 이제 대통령의 임기도 1년 6개월을 남기지 않았다.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면 퇴임을 준비해야 하는 레임덕 시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레임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박근혜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모의 수준이 정권의 수준을 결정한다. 불행히도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성공한 각료가 보이지 않는다. 1년 6개월,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기간을 의식하지 말고 마지막 내각은 앞선 내각과 다르다는 생각으로 남은 임기 동안 통 큰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기록한 히딩크의 리더십이 떠오른다. 학연과 지연으로 엮어진 연고주의와 정실주의를 탈피하고, 선배 후배를 넘어 선 능력 위주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쟁과 협력관계를 만들어 낸 히딩크의 리더십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정치권에 필요하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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