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는 왜 미국인들에게 비호감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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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는 왜 미국인들에게 비호감이 됐을까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6.08.2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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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간미 놓쳐…연설에 '사람 이야기' 넣어보는 게 어떨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 뉴시스

미국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퀴니피액대학이 전날 발표한 민주당 대선 후보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양자대결 결과 클린턴이 51%의 지지율을 얻어 41%를 얻은 트럼프를 10%포인트 차로 앞질렀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의 날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은 예상보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2016 미 대선은 비호감 대결’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클린턴은 트럼프와 똑같이 57%의 비호감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비호감’ 이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다. 트럼프는 인종·성별과 관계없이 대놓고 막말을 하는가하면 애초에 지지율 1%로 시작했다. 정치경험도 전무하다. 현재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유력인사가 꽤 된다. 반면, 힐러리의 정치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영부인, 뉴욕 연방 상원의원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장관으로도 활동했다. 이렇게 완벽한 힐러리는 어쩌다가 ‘비호감’이 됐을까.

우선, ‘이메일 스캔들’에 따른 ‘거짓말쟁이 힐러리’라는 인식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관용이 아닌 개인용 이메일을 사용해 비밀정보를 포함한 공문서를 주고받은 사건을 말한다.

법무부와 FBI가 지난달 초 불기소 처분을 내려 사건이 수습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개인 이메일이 추가로 발견돼 다시 ‘이메일 스캔들’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새로 발견된 이메일은 2014년 12월 국무부에 제출한 3만여 건 이메일의 절반 가까운 규모로, 업무 관련 이메일을 모두 제출했다는 힐러리의 주장은 또 거짓말이 됐다.

게다가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임 시절, 국무부와 클린턴 재단 사이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클린턴 재단에 고액을 기부한 외국인의 부탁 대행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국무부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힐러리는 ‘월스트리트 개혁’을 외치면서도 월가로부터 고액 강연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이러한 외적 상황과 별개로 힐러리의 ‘워커 홀릭’ 이미지도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NYT)>에서 “재미를 즐길 줄 모르고 일만 아는 클린턴의 태도가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세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인간처럼 덜 보이는 대신 기업브랜드의 ‘아바타’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 데이비드 액셀로드도 “힐러리는 보통 프롬프터를 보고 연설문을 읽으면서 정치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더 와 닿는 언어로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논리에 집중한 나머지 ‘인간미’를 놓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는 항상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논리를 유권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우선 ‘정치적 가치’를 함께 공감하기 위해서다. 통계자료보다 유권자의 ‘감성’을 움직이는 데는 ‘사람 이야기’가 보다 효과적이기도 하다. 또, 오마바 대통령은 골프나 농구 등의 취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종종 대중들에게 노출된다. 이는 ‘인간미 있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 이참에 힐러리도 취미활동을 하나 만들고, 프롬프터에 ‘사람 이야기’ 하나 넣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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