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後-完]때리기만 바쁜 국회, 사후조치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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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後-完]때리기만 바쁜 국회, 사후조치 '소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9.2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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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튀고 싶다면 '끝까지' 튀어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국정감사 피감기관·기업들이 국감 후에 시정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는 게 과연 피감기관·기업들만의 잘못일까. 국회의원들이 사후조치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시사오늘

2016년 국정감사가 오는 26일 막을 올린다. <시사오늘>은 그에 앞서 '국감 그 이후' 기획을 통해 지난해 국감 때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그 이후 어떠한 개선 노력도 하지 않는 기관과 기업들의 작태를 고발했다. 총 9차례 보도에 실린 피감기관·기업 외에도 대부분이 시정을 게을리 하고 있었다. 국민의 대의기관 국회를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면서 점차 '과연 이들만의 잘못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국감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면, 피감기관·기업들이 이 같이 손을 놓고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 때 '국감 지적사항'을 살펴보면, 의원들이 매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국감 지적사항이란 국감 기간 동안 의원들이 시정을 요구했던 사안 중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지적사항을 10여개에서 20여개까지 각 상임위에서 정해 피감기관·기업에 시정과 처리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19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013~2015년까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보내는 지적사항에 '청소용역 임금 문제', '스크린도어 설치', '열차 지연 문제' 등 같은 사안을 반복해서 담았다. 같은 기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한국전력공사KEPCO)에 '전력공기업 해외진출 협조'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는 피감기관·기업들이 국회의 지적을 등한시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의원들이 사후조치에 소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의원실과 피감기관·기업이 지적사항에 대해 사전 논의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감 그 이후' 기획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한 공기업 대관팀 담당자는 "국회에서 내려온 국감 지적사항을 보면 대부분 매년 비슷한 내용"이라며 "지적사항을 정리하기 전에 국회 쪽과 피감기관 측이 사전 조율을 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부분은 국감에서 지적이 있었어도 지적사항에 포함시키지 않는 때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전년도 국감에서 쓰였던 자료를 그대로 짜깁기해서 언론에 돌리거나, 국감 현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작년에 화제가 됐던 자료는 이듬해 국정감사 때도 의원들의 관심이 쏟아진다"며 "먼저 잡아서 보도자료를 돌리는 의원이 임자"라고 전했다.

이는 의원들이 국감을 국민의 뜻을 대신해 피감기관·기업들을 호되게 꾸짖는 자리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감 그 이후' 취재 과정에서 본지와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국감 시즌만 되면 의원들이 보좌진들을 달달 볶는다. 몇몇 의원들은 보도자료가 몇 건이나 언론 보도되느냐에 따라 보좌진들을 차별대우하기도 한다"며 "일부 의원들에게 국감은 일약 스타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튀고 싶은 의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튀려면 '끝까지' 튀어주길 바란다. 때리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국감 후에도 맡겨진 의무와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해 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호소한다.

스타 정치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제 시대는 '화제의 정치인'이 아닌 '일하는 정치인'을 갈망한다. 2016년도 국정감사에서는 '일하는 정치인'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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