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보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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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보와 미국
  • 송오미 기자
  • 승인 2016.09.2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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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국제정치 현실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시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송오미 기자)

▲ 6.25전쟁 정전협정 63주년을 맞은 지난 7월 27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에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정전협정 기념식을 마치고 김현집 부사령관(오른쪽),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과 지난 20일 신형 위성로켓 엔진시험에 연달아 성공하면서 한반도 안보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내에선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론’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크 멀린은 지난 16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에 대한 선택-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보고서 발간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22일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는 북한을 먼저 공습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말해 작전 사안의 하나로 선제 군사행동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원론적이지만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한 선제공격이 언급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우선 한국이 일차적 보복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 미·일 동맹차원과 한반도 내 일본 자국민보호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도 참전할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전보장 관련 법제(안보법제)를 통과시켰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과 동맹·우방 관계에 있는 국가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제3차 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18일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의 '북한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만약 미국이 선제타격하면 우리 국민 모두가 죽는다. 한반도는 잿더미가 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한국의 안보 현실을 고려한 전략인지는 진지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항상 자국안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둬왔다. 자국 안보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한반도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군사력을 적극 사용하려 했다. 1993~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클린턴 행정부는 북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 발발’을 우려한 김영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미국은 지미카터 전 대통령을 대북 특사로 파견한 바 있다.

미국은 올해 북한의 4ㆍ5차 핵실험 때 한국에 전략폭격기 출격을 먼저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북한의 지뢰도발 당시, 우리 군이 미국 측에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을 3차례나 요청했을 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뢰도발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자국안보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경우 한미연합사령관(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시작전계획은 미국 측의 주도하에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에게 든든한 방패막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안보적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과 한국이 가깝다고 하더라도 미국에게 한국은 타국의 하나일 뿐이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에게 위협이 닥치면 당연히 미국은 군사적 지원을 해주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때이다.

이탈리아 정치·외교사상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용병제가 이탈리아가 망해가는 이유라 주장한다. 용병들은 돈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전쟁을 더 오래 끌려고 하며 정말 위급한 상황일 때는 용맹함을 보이지 않고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달라지는 지금, 한국의 안보를 미국에만 오롯이 의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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