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소하고 의아한 여당 대표의 '단식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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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소하고 의아한 여당 대표의 '단식 투쟁'
  •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승인 2016.09.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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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의 세상만사> 국정감사와 정부여당 실정 덮어선 안돼…야당도 정상화 앞장서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여당 대표는 단식의 원인을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4일 더민주 의원과 대화 중 “여당이 세월호 특조 연장이든 어버이 연합 청문회나 둘 중에 하나라도 내놓고 타협해야 하는데 그냥 맨입으로 버티니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뉴시스

'정치인의 단식',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더구나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단식을 하는 것은 과거 사례가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식은 약자의 극단적 항거나 대국민 호소 등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켜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정치권의 오랜 단골 투쟁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여당 대표의 단식은 배경, 목적, 수단에 있어서 이해가 안 된다. 특히 투쟁 대상에 있어 ‘야당 대표 사퇴나 문제를 야기한 야당 국회의원 사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국회의장’이라는 점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장이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과오를 저질렀기에 저렇게 여당 원내대표도 아닌 집권여당 대표가 국회의장 사퇴를 주장하고 극단적인 투쟁방법을 선택했을까.

여당 대표는 단식의 원인을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4일 더민주 의원과 대화 중 “여당이 세월호 특조 연장이든 어버이 연합 청문회나 둘 중에 하나라도 내놓고 타협해야 하는데 그냥 맨입으로 버티니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립의무’를 지켜야할 국회의장이 야당 편에 서서 의회를 운영한다는 비판이다.

지난 정기국회 개회사에서도 정 의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사드배치’ 관련해서 편향적 주장을 펼쳐 여당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즉 이정현 대표의 단식배경에는 표면적으로 정 의장의 편향된 의회운영 방식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편향적 의회운영에 대해 항의와 개선을 요구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정현 대표보다 먼저 나서야 했다. 단식을 하더라도 정 원내대표가 하는 것이 모양새가 더 나았다. 향후 비정상적 국감과 여야 대립이 장기화 될 경우, 양당대표가 만나 종국엔 담판하는 것이 통상적인 타협정치(?)의 수순이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순서도 뒤바뀐 듯 하다.

단식이 정당하고 타당하다는 뜻이 아니다. 일단 이정현 당대표의 단식배경, 순서, 타이밍 등 어느 것 하나 설득력이 약한 것이 문제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1년 최대 농사인 국정감사를 시작해놓고 말이다.

국정감사는 정부여당의 살림살이와 국정운영 실적을 놓고 시시비비를 야당이 가장 강도높게 검증하는 것인데 이정현 대표의 단식으로 가장 즐거운 비명을 지를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안봐도 비디오인 셈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작년 농민집회에서 물대포를 맞아 투병 중 사망한 백남기씨 문제, 최근 급부상한 미르재단 이슈들이 청와대와 대통령과 관련돼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겨냥한 사안들이다.

결국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극단적, 전격적 단식 선택은 아무리 정 의장의 중립의무에 대한 규탄과 책임추궁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국감 무력화와 청와대, 여당의 실정과 의혹에 대해 깔아 뭉개기 작전이라는 비판과 의혹의 눈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의 정치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임기동안 여당의 단식투쟁이나 극단적 對야당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 짝이 없다. 단식이 길어 좋을 건 대통령과 정부여당 밖에 없으니 여유 부릴 때는 아닌 듯하다.

아울러 더민주를 탈당한 정세균 의장의 다소 과도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행보도 역시 여당의 반발을 초래할 만한 소지는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더민주 역시 의회의 다수당으로 출발하면서 의회 운영에 상당한 힘과 책임을 지고 있다. 자당 출신 정세균 의장을 옹호만 하기보단 진전되고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아서 국정감사와 현안 추궁에 빨리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19대 국회를 가장 최악의 국회라 평했다.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은 두 번 다시 지난 국회의 모습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총선 내내 국민들에게 읍소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만에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

박동규 現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청와대 행정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한반도희망포럼 사무총장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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