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석에 모여서 하지 말아야 할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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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석에 모여서 하지 말아야 할 인사
  • 채완기 자유기고가
  • 승인 2016.10.04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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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채완기 자유기고가)

민족의 명절 추석이 지나갔다. 매스컴에서는 명절을 맞아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라디오에선 귀성길을 맞아 장시간의 운행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미리부터 홍보를 하고, 당일에는 다양한 공연을 하고, 곳곳에 리포터를 동원하여 정보를 알려줬다. 각 휴게소에는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고향에 가는 손님들에게 잠시의 휴식을 편안하게 제공했다.

그러나 가장 붐볐던 곳은 고향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한 터미널보다, 승용차로 고향에 가기 위한 고속도로보다, 해외로 여행을 가기 위한 관문인 인천공항이었다. 개항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하니 경제가 어렵다고 우는 모습은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기가 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하니 이 또한 나쁜 것은 아니란다.

각 기업체에서는 연차휴가 등을 돈으로 지급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연휴 앞 뒤로 붙어 있는 샌드위치데이가 있으면 전 직원 휴무를 만들어서 인심 쓰듯이 휴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도 총 9일을 휴일로 쉴 수 있는 회사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긴 휴일 중에서 가장 붐비는 날은 연휴 첫 날과 마지막 날이 아니고 추석 당일이었다. 상행, 하행선 모두 붐볐다고 하니 길어진 연휴는 조상님을 모시고, 고향을 방문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추석을 핑계로 휴가를 즐기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고향의 부모님은 자식들의 속도 모르고, 고속도로가 많이 밀리니까 얼른 집에 가라고, 속마음과 다르게 재촉을 하신다. 아마 부모님도 자식의 마음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연휴에 모여서 송편을 빚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오손도손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각자 멀리서 다른 일을 하면서 살다가 명절이라고 만나니 서먹하기가 이를 데 없다. 어른들은 화제 거리가 없으니, 학생인 자녀에게는 성적을 묻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미혼인 자녀에게는 결혼 언제 할 건지 물어본다. 취직을 앞둔 자녀에게는 어떤 곳에 취직 할 건지 물어보는데, 열심히 이력서는 냈지만, 결과를 받아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결혼한 부부에게는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 물어보며, 한 자녀 있으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건지 물어보면서 아이는 둘은 있어야 한다고 재촉을 한다.

명절에 모여서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는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물어보는 거라고 하는데, 그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까? 정치를 화제로 잘못 꺼냈다가는 가족끼리 대신 싸울 수도 있으니 이럴 수도 없다. 경제가 어렵다고한 지가 벌써 오래 전이니 이제는 경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 아무리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있더라도 어렵다고 해야 하는 등 어렵다고 엄살을 부릴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경제가 어려운 것이 정상인 세상이 된 것 같다.

일하는 날짜는 줄어 들고, 휴일은 길어지니 수입이 줄어들었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명절이 너무나도 싫다. 앞뒤로 휴일을 만들어서 길게 쉬는 것은 더 싫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을 준비하는 대학 입시생에게는 공부할 곳도 마땅치 않다. 고향에 가지 않고 독서실 등을 이용하려고 하여도 휴일에는 이용할 수가 없다. 이래저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명절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고향에 가자니 친지들의 질문을 받기가 곤혹스럽고, 집에서 무언가 일을 하자니 민생고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명절 풍속도가 달라졌다. 가을에 수확한 첫 음식을 조상님에게 먼저 드린다는 뜻은 이제 잊은 지 오래 된 것 같다. 그저 추석은 일하지 않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긴 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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