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갈비뼈 없는 라틴팝의 여왕, 멕시코 '탈리아'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 갈비뼈 없는 라틴팝의 여왕, 멕시코 '탈리아'
  •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12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2)>자타공인 멕시코 국민가수…멕시코시티 광장에 탈리아 동상 세워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구약성서> '창세기' 2장 21절부터 23절까지의 기록을 보면, '하느님이 남자를 잠들게 하고 갈비뼈를 꺼내 여자를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요새는 흉곽성형외과 의사가 앞부분은 할 수 있다. 즉 마취시켜서 잠들게 하고 사람의 갈비뼈는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갈비뼈를 뽑아내는 흉곽 성형수술이 중남미에서 한 때 유행한 적이 있다. 전문용어로 '늑골절제술(costectomy)'이라고 불리는 갈비뼈 제거 수술은 5시간이 넘는 대수술이다. 그런데 이 수술을 멕시코나 브라질 같은 곳에서 하면 저렴하지만 부작용의 소지가 좀 있고, 또 A/S가 잘 안된다고 한다. 반면 미국에서 하면 가격은 비싼데 A/S가 잘되고 부작용도 적어서 돈 많은 중남미의 여인들은 미국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데 실제 필자가 본 적은 없어서 뭐라고 단언하기는 좀 그렇다. 아무튼 이 수술은 알게 모르게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실제로 갈비뼈 제거라는 위험천만한 수술을 하면 허리가 잘룩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멕시코의 국민가수라 불리는 탈리아(Thalia)이다. 그녀는 대략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무렵 갈비뼈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도 이 수술의 별칭이 '탈리아 수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더욱이 2014년에는 탈리아 본인이 자신의 갈비뼈라고 주장하며 오이피클 병에 갈비뼈를 담아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보아라는 가수가 늑골 절제술을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말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갈비뼈 전체를 뽑아내는 것은 아니고 맨 마지막 갈비뼈만 뽑아내는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허리가 슬림해지고 정말 몸매가 살아난다고 한다.

▲ 갈비뼈 제거 수술을한 멕시코 국민가수 탈리아는 자신의 갈비뼈를 담은 오이피클 병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갈비뼈 제거 수술을 했다고 하는 멕시코의 국민가수 탈리아는 뛰어난 미모는 물론 철철 넘쳐흐르는 끼, 그리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한 노래와 춤 실력 때문에 이른바 라틴팝의 3대 디바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참고로 라틴팝의 3대 디바는 미국의 제니퍼 로페스(Jennifer Lopez)와 콜롬비아 출신 샤키라(Shakira), 그리고 탈리아를 꼽는다.

탈리아의 본명은 아리아드나 탈리아 소디 미란다(Ariadna Thalía Sodi Miranda. 이름이 이렇게 긴 사람을 보면 갑자기 ‘삼천갑자동방삭’이 떠오른다)로 1971년 8월 26일 생이다. 금발머리에 팔등신의 몸매를 가진 멕시코 메스티소(Mestizo : 혼혈을 의미하는 '섞임'이라는 스페인어)이다.

그러나 그녀의 언니는 키도 작고 퉁퉁하며 머리카락도 검은 색이라서 정말 친자매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멕시코 인종이 본래 그렇다고 한다. 형제자매가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들처럼 완전히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몇 백 년에 걸쳐서 혼혈이 아주 복잡하게 얽힌 것이 원인이다. 그런데 흑인과 백인이 결혼했을 때 낳는 아이가 반 쯤 섞은 회색이 나오지 않고 백인이거나 흑인으로 나오는 것은 고유의 유전자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기적 유전자'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혼혈의 경우에는 자기 고유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형제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 멕시코 국민가수 탈리아(Thalia).ⓒ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리스 신화의 이름

탈리아라는 이름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홉 뮤즈 가운데 하나인데 탈레이아(Thaleia)라고도 한다.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가 피에리아 땅에서 아홉 밤을 함께 보낸 뒤에 낳은 아홉 뮤즈 가운데 하나로 제우스와 헤라, 또는 헬리오스와 아이글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한다. 아홉 번 잠자리하고 아홉 명을 나았다니 참 임신 성공 확률도 엄청 높다. 불임 부부들을 대상으로 임신 특강을 하면 아마 대박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폴론과 사귀어 땅의 여신 키벨레를 섬기는 코리반트들을 낳았다고도 한다. 아무튼 그리스 신화의 가계도는 얽히고 설켜서 좌우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도면을 그려가면서 외워도 다 못 외운다. 탈리아는 희극과 목가 등을 관장하며, 희극적인 가면과 목동의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뮤즈인데 바로 이 이름을 가져다 쓴 듯하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1980년부터 연예활동을 했다고 하니 9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셈이다. 어려서는 TV에 주로 합창단원으로 출연하였고, 이후 배우로도 활약해서 1988년에는 최우수 신인상도 받았지만 지금은 가수로 라틴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는 <피플 에스파뇰>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25인’ 중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그 만큼 미모에 있어서도 타고난 모양이다. 한편 2002년 발표한 스페인어 앨범을 통해 2003 라틴 빌보드 어워즈 ‘올해의 최우수 팝 앨범’과 ‘피플스 초이스’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 문화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까지 그 인기가 대단하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필리핀에서 유난히 인기가 있다. 그 이유는 그의 앨범 중에 필리핀어로 부른 곡이 4곡이 있고 1994년에는 필리핀 투어를 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탈리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멕시코시티 광장에 그녀의 동상이 세워져 있을 정도이다. 동상이 세워진 것은 1997년인데, 이후 5년 뒤인 2002년 9월에는 탈리아의 두 언니 Laura Zapata와 Ernestina Sodi가 범죄 집단에게 납치되어 감금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납치됐던 언니들은 우리 돈으로 대략 12억 원(백만 불)을 몸값으로 주고 풀려났다고 한다.

▲ 'EMI 2004년 베스트' 음반(왼쪽)과 2009년 소니 뮤직에서 제작한 라이브 음반.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완성도 높은 음반

그녀는 현재 전 소니 뮤직 사장이자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전 남편이었던 토미 모톨라(Tommy Mottola)와 살고 있다. 실제로 2000년에 결혼했으니 16년이나 됐다. 재미있는 것은 머라이어 캐리의 최근 애인이 탈리아의 아주 예전 연인이라는 사실이다. 어찌됐건 서로 바꾼 셈이다. 한편 탈리아는 1985년 무렵 포노비사라는 멕시코 메스미디어 그룹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있다가 1994년부터 EMI와 전속 계약을 맺게 된다.

토미 모톨라와 결혼 후에도 소속사를 바꾸지 않고 2004년에 <탈리아 베스트 음반>을 내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의리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 않아서 그런 듯 하다. 연예인이 정말 돈 앞에서 무슨 얼어 죽을 의리 따지겠나 싶다. 2009년에 와서 소니뮤직으로 갈아타게 되는데 이 때 낸 음반은 본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이다. 이 음반의 제작은 그녀의 남편 모톨라가 맡았다. (자신의 이름을 음반 명으로 사용한 것은 1990년판과 2004년판도 있다) 탈리아의 실제 베스트 모음 음반은 내용면에서 볼 때 그의 남편 모톨리가 제작한 2009년판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탈리아는 빌보드 라틴부문상을 5차례나 수상했고 수차례 ‘Premios Juventud (Youthfulness Awards)’ 상도 수상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음반만 해도 4천만 장에 이르러 <라틴팝의 여왕>이라는 별칭에 손색없다. 때문에 미국 백악관에 초청되어 라틴팝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릴 때에는 부친의 사망으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소아기 붕괴성장애(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를 겪기도 했고, 나이 들어서는 틱장애를 잠시 겪기도 했다.

탈리아의 음반 가운데 딱 한 장만 고른다면 남편 모톨라가 제작한 2009년 판을 권하고 싶다. 그동안의 음반에 비해 우선 S/N 비가 높고 랩이나 신디사이징된 정신없는 곡이 모두 제거되어 나름 깔끔한 라이브 노래만 들어있다. 이 음반의 7번째 트랙에 들어있는 <Estoy Enamorado>는 푸에르토리코의 라틴팝 가수 페드로 카포(Pedro capo)와 듀엣으로 불렀는데 대단히 감미롭다. 유튜브에도 업로드 되어 있기 때문에 한번 검색해서 들어보시기를 권하면서, 속에 든 팥보다 밀가루 껍데기가 훨씬 많은 찐빵 같은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