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삼성과 '또 하나의 가족'
스크롤 이동 상태바
신뢰 잃은 삼성과 '또 하나의 가족'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0.26 15:4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프린팅사업부 매각하는 삼성전자, '책임경영' 실천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오는 27일 삼성은 새로운 역사를 쓴다. 이날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위기에 처한 그룹을 다잡기 위해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이라는 선언적 조치를 결단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오는 27일은 삼성이 비극의 역사를 쓰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매각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은 흔들릴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을 매몰차게 버리는 걸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이사 선임으로 본격적인 책임경영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프린팅사업부 매각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시작부터 무색해 질 전망이다. ⓒ 뉴시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프린팅사업부를 미국계 휴렛팩커드(HP)사(社)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은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HP가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크게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HP가 프린팅사업부 M&A 후 단 '5년'만 고용보장을 할 수 있다고 번복한 것이다. 또한 HP는 향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한국 사업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맨들이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이에 프린팅사업부 직원 2000여 명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전자를 거세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매각 발표 초기와 달리 고용보장의 주체와 법적 효력 여부가 모호하다. 직원 동의가 없는 강제적 구조조정"이라며 고용보장과 M&A위로금의 서류상 약조를 삼성전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하는 눈치다.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당장 오는 27일 주총에서 매각 안건이 처리되면, M&A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11월 1일이 되면 직원들에 대한 삼성전자의 책임 문제도 소각될 공산이 크다.

물론, 삼성전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프린팅사업부 비대위는 1인당 1억 원대의 위로금과 60세 정년까지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업주로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삼성은 대한민국 제1의 기업이자, 글로벌 최고 기업이다. 삼성에 입사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억대 연봉과 정년 보장을 희망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불과 5년 남짓 고용보장과 수천만 원의 위로금으로 2000여 명에 이르는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의 희망을 짓밟으려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처사다.

더욱이 현재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내 간부급 인사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은커녕 관망하고 있다는 게 비대위 측의 전언이다. 오랜 시간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의 피눈물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게 삼성이 말하는 책임경영이란 말인가.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7 폭발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프린팅사업부 비대위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소속 직원이라는 '또 하나의 가족'마저 잃게 될 것이다.

아울러, 프린팅사업부 비대위 역시 사측에 어느 정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삼성으로부터 버림받은 신세이지만, 회사의 위기를 나 몰라라하는 건 사회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앞서 거론했듯이, 오는 27일 삼성전자 임시 주총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과 프린팅사업부 매각 안건이 동시에 처리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선언하는 첫날부터 삼성이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쪼록 삼성전자와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이 긴밀한 대화를 통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익명 2016-10-27 00:05:07
'오랜 시간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의 피눈물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게 삼성이 말하는 책임경영이란 말인가'

개구리 2016-10-26 21:41:01
기사 타이틀 좋으네요. 그런데 직원들이 원하는건 정년보장이 아니라 5년 보장을 문서화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사측에서는 처음부터 정년보장을 얘기한적은 전혀 없지요~ 그럴리가 있나요. 더더욱 삼성은 정년근처에 거의 가지도 못하는걸로 유명합니다. 그런회사에 정년을 기대하는건 무리죠. 5년보장의 문서화. 이게 왜 어렵습니까. 말뿐인건 누가 못합니까. 이쉬운걸 못하네요 삼성이.

ㅇㄹㅀㅎ 2016-10-26 19:10:43
캬~~ 사이다!!!!!!!!!!!!!!
진짜 기자네..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