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거국 중립 내각과 19대 대선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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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거국 중립 내각과 19대 대선 정국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11.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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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야권, 거국 중립 내각 수용하고 대내외적 위협에 대처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주말이면 광화문 시위 현장이 인터넷에 생중계된다. 촛불 사이로 함성과 구호가 난무한다. ‘스모킹 건’이 된 태블릿 PC로 일거에 무너진 대통령의 신뢰가 국정 공백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이다. 언제 이처럼 모두가 상처받고 모두가 하나 되어 정권을 비판한 적이 있는가. 1987년 이후 매 정권 말기에 발생했던 어떤 부조리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처럼 공분을 산 적이 없다. 이 공분은 국정이 3류 집단에 의해 농락당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고 무능해 보이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다.

그러나 분노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등장하는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분노는 사라지고, 후회가 밀려온다.” 일반적으로 분노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분노로 파생된 결과를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한 트라우마로 야권과 시위 군중들이 절제하고 있으나, 주말 시위가 반복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의 분노는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 단계가 되면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을 포함한 기성 정치권이 공멸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시 거론된 총리의 권한 범주와 관련해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겠다는 청와대의 확인이 있었다. 사실상 대통령이 거국 중립 내각을 수용해서 책임총리에게 국정의 주도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권은 대통령의 전면적 2선 후퇴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공백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로 야기된 불안 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잦은 정권교체로 권력의 공백이 지속됐고, 결국 히틀러에 의해 바이마르 공화국은 문을 닫았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잦은 정권 교체는 의원 내각제 하 다당제로 운영되던 정당체제에서 야권이 내각 불신임은 쉽게 결의하면서도 차기 총리 추대에는 쉽게 합의하지 못해 발생했던 정국 불안이었다. 그래서 2차 대전 후 독일연방공화국에서는 ‘건설적 불신임제’를 채택하게 되는데, 이는 의회에서 후임 총리를 합의 결정한 후에 현직 총리를 불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후임 총리를 확정한 후에 현직 총리를 물러나게 함으로써 권력 이동 기에 올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이 사례에 비춰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가 정국 수습의 선행 조건이 아니라 야권의 거국 중립 내각 수용과 후임 총리 추천이 정국 수습의 선행 조건이 돼야한다. 대통령이 헌법상 보장된 국가 원수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도 헌정 중단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무리한 요구다. 야권이 국정의 주도권을 갖는 수준을 넘어서 국정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그 동안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대통령제 하 협치가 불가능했던 다수결 정치문화를 협치가 가능한 협의제 정치문화로 전환시키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야권이 거국 중립 내각을 수용하고 새 총리를 중심으로 정국을 주도한다고 해서 그것이 차기 대선에서 반드시 야권에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다. 1986년 미테랑 대통령 시절,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야권에서 추천한 인물을 총리로 임명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소위 동거정부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미테랑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본인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여겨지던 강성 우파 시라크 파리시장을 총리로 지명한 후 시라크에게 내치를 맡겼는데, 시라크의 급격한 정책변화로 정국이 불안정해져 결국 차기 대선에서 미테랑이 시라크를 이기고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어찌 보면 최순실 게이트로 야기된 현 상황은 분권형 대통령제 하 여야 동거 정부로 비유될 수 있다. 야권이 거국 중립 내각을 거부함으로써 정국이 불안해지거나, 국회가 합의 추천한 책임총리와 비상내각이 국정운영에 실패할 경우, 차기 19대 대선에서 야권은 정권 탈환에 실패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은 박근혜 정권만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야권의 수권 능력도 함께 검증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야권은 거국 중립 내각을 즉각 수용하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야기되고 있는 대내외적 제반 위협에 신속히 대처함으로써 수권정당으로서 평가받기를 바란다. 그것이 19대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얻는 첫 걸음이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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