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수결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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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수결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11.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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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다수결 민주주의 체제, 개헌으로 합의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사회에서 정치와 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최순실 감독 박근혜 주연의 ‘조롱받는 대통령’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한 달 가까이 박스 순위 1위 기록을 갱신 중이다. 광화문 광장을 주 무대로 등장하는 인원이 백만을 넘는 희대의 대작을 놓고 국민들은 웃어야 하는가 울어야 하는가? 한 TV방송사가 광화문에 나온 50대 여성에게 심경을 물었다. 여성의 대답이 우리의 가슴을 때린다. “슬픕니다. 박근혜를 좋아했는데…. 나라 돌아가는 꼴이 너무나 슬픕니다.” ‘박근혜 하야’를 외치던 이 여성은 끝내 카메라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 대하드라마에 등장하는 청계 광장 한 쪽에서는 야당 정치인들이 사전 예고편을 연출한다. 무대 위에서는 저속한 표현으로 대통령을 야유하고 무대 아래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친다. 이들은 국민들의 눈물과 함성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 무너지는 대통령의 처절한 모습에서 내일 무너질 그들의 참혹한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 모양이다. 오늘은 대통령을 향한 창끝이 내일은 그들을 겨냥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국민 앞에 서서 상대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대결구도에서 발생하는 다수결 민주주의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완전한 승리를 취하려 할 때 위기는 시작된다. 합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동아시아미래재단(상임고문 손학규)이 합의제 민주주의에 기초한 헌법 개정 세미나를 실시했고, 11월 23일에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가 국회 정론관에서 ‘탄핵 정국에도 헌법 개정은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도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제 개헌과 합의제 민주주의는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합의제 민주주의 기본은 협치에 있다.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나타나는 ‘제로 섬’ 게임과 대결의 정치를 지양하고, 다당제와 연정을 통해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는 것이 합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와 같이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은 다수결 민주주의의 대표적 모델이다. 미국이 다수결 민주주의를 실시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연방제와 약한 정당 규율을 채택함으로써 중앙정치에서 극단적인 대결 정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치는 주(state)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정당이 의원 공천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 상향식 공천제도를 실시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상대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독립과정과 대통령제의 출발을 살펴보면 된다.

미국은 1776년에 독립할 때 13개 주(states)의 연합으로 출발하는데 그것은 연방 형태라기보다도 국가 연합의 형태였다. 1788년 연방 헌법이 채택될 때까지 미국은 연합 규약에 의해 의회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오늘날 EU의 통합과정을 연상하면 된다. EU가 미국처럼 연합 단계를 거쳐 연방 단계까지 발전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재의 연합 단계에서 프랑스·독일 등 회원국들이 독자적인 헌법과 국가시스템으로 운영되듯이 미국 건국 초기 13개 주(states)도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지금도 각 주는 주 헌법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들이 상하 양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다수결 민주주의 하에서도 타협적인 정치문화가 조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왕정 하 오랜 기간 동안 중앙 집권적인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제와 다수결 민주주의가 실시되면서 대통령은 선출된 군주로 인식됐고, 협치보다는 투쟁의 정치가 일반화돼 갈등적 정치 문화가 정착됐다. 더군다나 미국과 달리 1인 2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병행 실시하는 관계로 다당제가 상시 출현해 정치권의 갈등은 심화됐다.

독일의 경우 1815년 39개 지역국가가 연합 형태의 연방국가로 발전했고, 1949년과 1990년 두 차례의 걸쳐 완벽한 연방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합의제 정치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지역 갈등과 이념 갈등을 연정에 기반한 합의제 정치제도로 극복한 독일 모델에서 알 수 있듯이, 제도가 갈등적 정치문화를 타협적 정치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개헌을 통해 다수결 민주주의 체제에서 합의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첫 걸음은 권력구조 면에서 대통령제와 의회제의 혼합형인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것이며, 분권형 중에서 대통령 중심 분권형을 채택할 것인가 아니면 총리 중심 분권형을 채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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