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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 ‘옳다’
〈기자수첩〉비박계의 4월 퇴진 주장이 합당한 이유
2016년 12월 04일 (일)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비박계가 탄핵 전선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며 비난에 휩싸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비박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 뉴시스

“대통령 퇴진이 내년 4월 말로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우리가 합의하면 좋지 않겠나.”

열흘 전 대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 발의를 앞장서기로 했다”고 공언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말을 바꿨다. 김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새누리당 비박계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선언하자 조용히 탄핵 전선에서 발을 뺐다. 그 대신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당론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러자 비박계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계 개편, 개헌 논의, 4월 퇴진론 등은 모두 우리 발목을 잡으려는 낡은 정치의 발버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렇게 당하고도 친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박의 결정에 인간적 연민마저 느낀다”고 비꼬았다. 비박계 의원들의 SNS에는 즉각 탄핵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누리꾼들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러나 김무성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비박계의 ‘4월 퇴진-6월 대선’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우선 ‘4월 퇴진- 6월 대선’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이다. 탄핵의 경우, 국회에서 가결될지 여부부터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까지 변수가 많다. 200명의 찬성표를 확보하더라도 재판관 9명 중 7~8명이 보수 측 인사로 평가되는 헌법재판소에서 6명 이상의 인용을 득(得)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 판결은 시점부터 결과까지 예측이 불가능해 차기 대선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에 하나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판결을 받으면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면죄부’를 얻게 된다. ‘촛불 민심’과는 다르게 박 대통령이 임기를 끝마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애당초 야권에서 탄핵을 망설였던 것도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였음을 상기해보면, ‘탄핵 회군’과 ‘확실한 사퇴’를 맞바꾼 비박계의 선택을 나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탄핵이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는 계속된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야당이 ‘국회 추천 총리’를 거부한 상황이므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는 것이다. 황 총리는 지난해 9월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가 이 정부 와서 3년7개월째 되는데, 비선실세란 그런 실체를 본 일이 없다”고 답변했던 인물이다. 무작정 탄핵안을 통과시켜 박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놓고 황 총리에게 권한을 넘겨주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 국민이 바라는 본질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4월 퇴진-6월 대선’ 카드는 정치적 효용도 크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7일까지 4월 퇴진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조속히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9일 탄핵 표결에 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에게 ‘퇴진이냐 탄핵이냐’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로 넘겼던 공을 다시 청와대로 돌려준 것으로, 향후 ‘탄핵 찬성 세력’이 중요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설사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탄핵의 결정적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진 사임의 기회를 부여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심정윤리와 책임윤리를 말했다. 심정윤리란 행위의 결과보다는 선한 동기에 더 주목하는 태도며, 책임윤리는 행위로부터 예견되는 결과와 그에 따른 책임에 더 무게를 두는 태도다. 베버는 이 두 가지 윤리적 준칙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책임윤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고 주장했다. 정치인이라면 선한 동기보다는 좋은 결과를 우위에 두고 판단·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망각한 대통령을 한시라도 빨리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다는 것이 민심(民心)이자 천심(天心)이다. 그러나 베버의 말처럼, 정치인은 심정윤리가 아닌 책임윤리에 의해 행동해야 한다. 민의(民意)에 따라 대통령을 사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와 그에 따른 책임까지 충분히 고려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도 정치인의 의무다. ‘배신자’로 낙인찍기 전에, 비박계의 정치적 해법을 한 번쯤 눈여겨볼 필요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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