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사면, 이건희, 삼성의 항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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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사면, 이건희, 삼성의 항로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8.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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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와 함께 싱가포르行…경제개혁연대 “전략기획실 부활 시간 문제”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전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돌아왔다.

MB정부가 지난 15일 광복 65주년을 맞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등 총2493명을 특별사면 감형 복권한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단연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다.

1990년대 후반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그가 사면복권으로 인해 친정체제에 귀환하자 이제는 자연스럽게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스피드 경영'이라는 화두 아래 사장단협의회 산하 3개조직에 대한 확대 개편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이 고문의 특사가 이와 무관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지난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이라 불리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홍역을 치렀고 지난해 8월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사건에 연루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이 고문의 위상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에서는 전략기획실 부활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 고문은 실제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인 CES에서도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고 고 이병철 회장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이재용 부사장과 나란히 손님들을 맞았다.

 
▲ 경제판 '왕의 남자' 이학수 사장의 복권으로 삼성그룹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전무, 이건희 전 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뒤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홍라희 여사가 보인다     © 뉴시스

특히 이 고문과 이 회장은 은 지난 14일부터 2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회 유스올림픽 참관을 위해 이미 출국한 상태고 이번 주말에 이재용 부사장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회동에서 전략기획실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재벌 체제 구축의 고착화 과정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삼성그룹이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재용씨를 삼성전자 부사장에, 차녀 서연씨를 제일모직 전무에 승진시키는 등 전형적인 3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2008년 4월 22일 삼성그룹이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지 2년여 만에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복귀한 것.

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삼성그룹 지분은 불과 3% 미만에 불과한데도 가족들이 계열사 지분을 나눠먹는식으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 복귀에 이어 전략기획실마저 공식적으로 간판을 달면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특검 사건 이전으로 완벽히 회귀하게 된다”며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은 경영복귀 일성으로 ‘삼성의 위기’를 주창했으나, 정작 삼성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는 지배구조의 문제, 특히 총수일가와 그 핵심참모들에 의한 전횡이 문제였음을 재론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장비서실에서 구조조정본부로, 다시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며 그룹의 최고 권력기구로 기능하던 조직은 지금도 건재하며 전략기획실의 부활은 단지 간판을 바꿔 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전 사장의 사면은 그간 암중비약했던 전략기획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 고문 사면에 따른 시일내 조직개편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 것은 없다"며 "언론을 통해 나오는 얘기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재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이 고문이 그룹 전면에 나와 경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통해 삼성의 신화를 창조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비자금 조성 등 재벌체제 유지를 고착화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삼성의 전략기획실. 일류경영을 위한 길일까, 아니면 재벌체제 구축을 위한 길일까. 이젠 삼성 이건희 회장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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