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지 않은 '스마트홈 시스템'…'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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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 않은 '스마트홈 시스템'…'빛 좋은 개살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2.0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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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거주자 수요 충족 위한 종합적 접근 부족…오히려 원가 상승 초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주거 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홈 시스템이 각 아파트에 도입돼 업계와 실수요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각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아파트 원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우건설 '연희 파크 푸르지오'에 적용될 예정인 IoT 스마트 월패드. 본문과 사진은 무관 ⓒ 대우건설

경기 파주 H마을 S아파트에 사는 이주현(46, 여) 씨와 그의 가족들은 얼마 전 새벽 스마트홈 시스템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음성과 함께 비상벨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져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 씨는 급히 나와 현관문과 창문 등을 살펴봤지만 침입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상벨은 약 20여 분간 지속돼 이웃들의 단잠까지 깨웠고, 아파트 관리인과 수리공이 와서 스마트홈 시스템을 리부팅하고 나서야 소동은 마무리됐다.

그는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아파트 시공사 측에 이에 대해 항의했는데 '스마트홈 시스템이 가끔 오작동이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며 "스마트홈 시스템이 똑똑하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가을 서울 E아파트에 입주한 윤상원(73, 남) 씨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아예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과 월패드 시스템이 연동되는 방식인데, 윤 씨는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양 당시 시공사로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가스밸브도 잠글 수 있고, 보일러도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윤 씨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은 사용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활용하기 어렵다"며 "노후자금 한 푼이 아까운 처지에서 스마트홈 시스템 설치가 분양가에 영향을 끼쳤을 걸 생각하면 돈이 아깝다"고 토로했다.

이는 각 건설사들이 스마트홈 시스템을 통해 개별 입주민의 실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데에 집중하기보다, 단순 수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일 '건설동향프리핑'에서 "국내 대형 건설업체 대부분이 스마트홈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ICT 편의 서비스 구축에 국한되고 있다"며 "거주자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종합적 접근이 부족하다. 오히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됨으로써 원가가 상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마트홈을 통한 거주자 편의성은 일차원적 서비스보다 융합적 콘텐츠 개발을 통한 복합 서비스에 있다"며 "건설기업이 단순 건설을 통한 수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홈 개발 주체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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