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청와대 품은 인왕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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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청와대 품은 인왕산에 오르다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6.12.06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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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니 인왕상 정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시사오늘

지난 휴일(4일) 예상외로 추위보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다. 일상의 여유를 찾고자 등산코스를 알아보던 중 '인왕산'을 등산하기로 결정했다.

인왕산은 서대문구의 홍제동과 종로구의 무악동, 누상동, 옥인동, 부암동에 걸쳐있다. 산 정상의 높이는 338m로 시민들이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분류된다.

기자는 이날 독립문역 3번출구에서 이어진 입구로 통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선선한 날씨 덕분에 산행은 순조로웠다. 늦가을도 지난 터라 화려한 단풍은 볼 수 없었지만 겨울의 공기가 꼬끝을 스쳤다. 아파트 단지 언덕을 10여분 오르면 무악공원을 지나 선바위를 넘어서게 된다.

어느덧 인왕산 둘레길을 따라 걷게 되니 옛 한양도성의 성곽길이 이어졌다. 성곽길은 오르는 길 따라 전망을 쉬엄쉬엄 돌아보기 좋은 코스다. 어린 아이들도 쉽게 오르고 있었다.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면 눈앞에 커다란 바위 표면 위로 인왕산 정상이 보였다 .

오랜만에 오른 산이라 그런지 산행 도중 만난 시민들과의 짧은 대화도 지루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약수터에 물을 받으러 오신 노부부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인왕산을 찾았다.

인왕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흙길보단 계단, 돌(바위)를 밟고 오르는 시간이 많았다. 15분 정도 정신없이 가파른 산행을 하고 나니 중간 지점인 전망대에 도착했다. 자욱한 안개 속에 가려져 아쉬운 경치였지만 서울 도심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윗길 사이로 가파른 경사가 이어졌다. 그 뒤를 돌아보면 성곽길 안쪽에 펼쳐진 서울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옛 한양도성이 어땠을지 감히 가늠하진 못하겠지만 잠시나마 순간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깊은 숨을 내쉬던 중 어느덧 정상에 발을 디뎠다.

정상에 서니 서울 중심가의 빌딩들과 청와대 부근의 녹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오르자마자 청와대 방면을 제외하고 다양한 경치를 카메라에 담았다. 정상에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짜릿함도 잠시, 그동안 산 정상에 섰을 때와는 다르게 기분이 묘했다. 정상에서 안개 낀 청와대의 흐릿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던 것일까.

말없이 그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바로 전날 밤 시위현장과 맞물려 디졸브 되는 순간이었다. 등산 하루 전날(3일)에는 '박근혜(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였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무려 232만명으로 추정, 사상 최초로 청와대 담장 100m앞까지 행진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역사적인 순간이 지나간 그 자리에 청와대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였다. 함께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알 수 없었지만 인왕산을 오르 내리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조금은 무거웠으리라 생각된다.

기자는 개나리와 목련 등 봄꽃들이 만개할 내년 봄에 다시 찾기로 다짐했다. 그 때 바라본 청와대는 지금과 다르길 바라며.

▲ 뿌연 날씨 속에서도 내려다본 서울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 시사오늘
▲ 성곽길은 오르는 길 따라 전망을 쉬엄쉬엄 돌아보기 좋은 코스다. ⓒ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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