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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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5.1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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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해결사이자 맏형
지난 8일 추승균(포워드, 전주KCC) 선수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포츠 토토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추 선수는 “올 시즌에는 상을 좀 많이 받는 것 같다.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해준 가족들에게 고맙다. 노력하니까 큰 상을 받는 것 같다”면서 “다음 시즌에도 더 노력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추 선수는 올해 들어 12년간 받지 못했던 개인상을 원 없이 받고 있다. 그동안 추 선수가 받은 상은 수비5걸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MVP와 베스트5에 선정됐고 이날 시상식에서도 MVP와 베스트5에 뽑히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는 수비, 리바운드 등 코트에서 궃은 일을 도맡으며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플레이만을 해온 선수다. 팀을 위해서라면 거친 파울도 마다하지 않았다. 항상 성실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플레이는 전주KCC를 2008-2009 프로농구 챔피언전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의 팀 KCC는 올해 시즌 중반, 무려 8연패에 빠지며 9위까지 내려앉아 팀내는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국보급 센터 서장훈 선수가 출전시간에 대한 불만을 품고 트레이드를 요청하면서 결국 팀 분위기는 최악의 상태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NBA 출신 하승균 선수마저 발가락 골절상을 당해 팀은 나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추 선수는 이런 팀내 불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만 충실했다. 그의 성실한 플레이는 동료선수들의 조직력을 다잡는 전화위복이 됐고 추승균, 강병현, 브랜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스피드 농구가 다시금 살아났다.
 
추 선수를 중심으로 다시 뭉친 KCC는 부상에서 회복한 하승진 선수가 가세하면서 높이와 스피드, 조직력을 모두 갖춘 팀으로 거듭났고 강병현, 신명호, 임재현 등 주축들이 번갈아 부상을 당하는 와중에도 올스타 휴식기 이후 14경기에서 11승을 거두며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다.
 
추 선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추 선수의 기세에 힘입어 정규리그 막판 무서운 상승세를 탄 KCC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더욱 거세졌다.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KCC는 디펜딩 챔피언 동부와 만나게 됐다. 추 선수의 빠른 발로 속공 플레이를 한 KCC는 고공 농구를 추구하는 동부를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챔피언결정에 올랐다.
 
6강에서 5경기, 4강에서 5경기를 치른 추 선수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경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추 선수는 남모르게 한 발을 더 뛰었고 동료의 득점을 위해 몸을 살리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
 
결국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 서울 삼성과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추 선수는 소속팀 KCC를 우승으로 이끌며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줬다.
 

 
남다른 스킬은 없지만 강한 사나이 추승균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그에게는 서장훈(센터, 인천 전자랜드) 처럼 큰 키도, 김승현(가드, 대구 오리온스) 같은 날카로운 패스와 스피드도 없으며, 김주성(포워드, 원주동부) 처럼 위력적인 블록슛과 덩크슛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감독과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고 10개 구단 어디에 가든 주전 멤버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궂은 일에 능하다는 장점 덕분이다.

한번 맡은 상대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며 수비 리바운드에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KCC 특유의 속공 전개를 돕는 그의 플레이는 팀의 결정적 도움을 준다.

공격에서도 그는 무척 정석적이다. 포스트-업(골대를 등지고 몸을 숙인채 골밑으로 상대를 밀면서 들어가는 드리블 기술)에 이어지는 득점스킬은 어느 빅맨 보다도 안정적이다.

또한 특유의 중거리 뱅크 슛과 외곽 역시 전주KCC의 믿음직한 득점무기 중 하나다. 여기에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적극성과 패스까지. 기록에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것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선수라는 것은 추 선수를 팀 내의 가치를 높여주기 충분하다.
 
“추승균는 팀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농구공을 잡아 대연중학교, 중앙고등학교를 거쳐 한양 대학교에서 에이스로 자리잡은 추 선수가 전주KCC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현재 전주KCC)에 지명되면서 부터다.

당시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던 그는 이상민, 조니 맥도웰 과 함께 시작된 “현대 전성시대”의 한 축을 맡았다. 특히 98-99시즌에는 최우수 수비선수상을 품에 안으면서 그의 주가는 정점에 치솟았다.

프로농구 출범 8년째. 그간 트레이드와 FA이동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스타들이 소속을 바꾸는 가운데서도 추 선수는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복 없고 듬직한 코트 위에서의 모습처럼 말이다.

추 선수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전주KCC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같은 팀 동료 하승진 선수는 “추승균 선배는 팀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할 정도로 팀에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만년 2인자, 개성 없는 선수라는 비판에도 그는 정확한 야투와 성실한 수비를 통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한결 같은 플레이와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 자기관리는 그가 농구를 하는 프로페셔널로서 “기본기가 있는 선수는 성공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한국 농구사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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