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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촛불집회]승리 일궈낸 시민들…‘축제 마당’
<현장에서>주최 측 추산 70만 명 참여…콘서트장 방불케 해
2016년 12월 10일 (토)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축제였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튿날인 10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축제가 펼쳐졌다. 주최 측 추산 70만 명의 시민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화문을 찾아 ‘촛불의 힘’으로 일궈낸 승리를 즐겼다. 시민들의 열기에 응답이라도 하듯, DJ DOC·권진원·이은미 등 대중 가수들도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웠다. 이날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집회 때마다 답답하게 시야를 가로막던 ‘차벽’은 없었다. 대신 세종대로 양옆에는 허기진 시민들을 위한 포장마차가 자리 잡았다. 한 달 전부터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포장마차를 열었다는 한 상인은 “처음에는 데모하는 것 같더니 요새는 사람들이 소풍 나오는 것 같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전과 달리 시민들의 표정도 밝았다. 아이 손을 잡고 이곳에 나온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인증샷’을 찍는 등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올라왔다는 김상진(42) 씨는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한 기념비적인 날이라서 애들과 같이 올라왔다”며 “집이 멀어서 (촛불집회에) 한두 번밖에 참여를 못했는데, 정말 다들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데이브(28) 씨는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놀랍다. 마치 락콘서트 같다. 한쪽에는 경찰이 있고 한쪽에서는 시위를 하고 한쪽에서는 사진을 찍고 한쪽에서는 음식을 먹는다. 신기하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문 전 대표는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세월호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 전 대표는 세월호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당연히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세월호 7시간이기 때문에 이를 규명하고, 그다음에 뇌물죄를 규명하는 부분을 특검이 역점을 둘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색적인 장면도 많이 연출됐다. 한곳에서는 슈퍼맨 복장을 하고 ‘허경영을 청와대로’라는 띠를 둘러맨 사람들이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의 사진과 공약이 들어간 피켓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또 한편에서는 풍물패가 장구와 북, 꽹과리를 치며 광화문광장을 돌기도 했다. 

 

 
 
   
 

재치 있는 문구도 많았다. ‘구조를 하라니까 구경을 하고, 보도를 하라니까 오보를 하고, 조사를 하라니까 조작을 하고, 조문을 하라니까 연기를 하고, 사과를 하라니까 대본을 읽고, 책임을 지라니까 남탓을 하고, 하야를 하라니까 딴소리 하고, 더 이상 못 참겠다 근혜야 이제, 내려와서 한 판 뜨자’라는 운율을 맞춘 벽보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광화문 바로 앞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경찰, 언론, 우병우·검찰, 김기춘, 청와대 문고리 삼인방, 황교안, 새누리당을 지목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가훈 – 하야만사성. 박근혜 하야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라는 보자기를 덮어쓰고 광화문 앞을 누볐다. 

   
 
   
 

하지만 이번 집회가 단순한 축제는 아니었다. 오후 6시, 등에 수많은 촛불을 짊어진 고래 풍선이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왔다. 고래가 짊어진 촛불은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을 의미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석정현 씨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린 일러스트를 모티프로 한 고래 풍선은 탄핵 결정으로 들떠 있던 시민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본 행사에서는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오후 6시에 무대에 오른 권진원 씨는 “어제 국회에서 희망의 표결이 있었다. 우리 국민은 정말 위대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무겁다. 갈 길이 멀다. 세월호 7시간, 꼭 밝혀져야 한다. 정경유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 묻혀 있는 진실이 너무 많다. 여러분이 들고 있는 촛불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환하게 비춰줄 것이다”라며 “우리 국민은 정의롭다. 우리 국민은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외친 뒤 ‘살다보면’과 ‘아리랑’을 열창했다. 

   
 

오후 7시에는 이은미 씨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이 뛴다’, ‘비밀은 없어’, ‘애인 있어요’ 등의 히트곡을 부른 그는 “어제 시민혁명의 첫발을 내딛었다. 여러분 모두가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들은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계시는 여러분, 또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의 촛불을 켜고 계신 대한민국 국민이다. 고생하셨다”고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오후 7시 50분부터는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됐다. 70만 개의 촛불은 “황교안도 공범이다”, “박근혜는 물러가라”, “친일독재 역사교과서 철폐하라” 등을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행진이 끝난 뒤 다시 광화문 앞에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헌법재판 집중심리 야근수당 지급하라”, “박근혜의 호위무사 황교안은 즉각 사퇴하라” 등을 외치며 헌법재판소의 빠른 탄핵 결정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퇴진할 때까지 압박과 집회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촛불집회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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