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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깃든 끊임없는 실험정신 '호드리고 레아웅'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6)> 편안함과 감동이 있는 '실험음악'…'O Mundo(세상)' 명반으로 꼽혀
2016년 12월 15일 (목)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실험과 창조

예술을 하는데 있어서는 창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예술은 그 자체가 창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조적이지 않은 예술은 곧 죽은 예술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창조는 모방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조란 어쩌면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일이고, 또 한편으로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창구이기도 하다.

창조라는 것은 실험에서 나온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새로운 실험과 창조로 빚어지는 새롭고도 아름다운 음악을 접할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하지만 좀 생각해볼 것도 있다. 실험적 음악이 낙엽 부수는 이상한 소리를 만들거나 기괴한 물건을 두드리거나 긁거나, 또 악기의 엉뚱한 곳을 두드리거나 문질러서 특이한 소리를 만드는 것이 실험음악은 아니다. 물론 그것은 실험이다. 음악이 아닐 뿐이다.

특히 대중성을 갖는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더더욱 무리이다. 실제로 퓨전음악이라는 포장지 속에 그다지 쓸 만하지 않은 저급한 실험음악 상품이 들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과학의 실험이 인간을 위한 실험이어야 되듯이, 실험음악도 인간에게 어떻게 감흥을 주고 감동을 주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실험이어야 한다.

혼자 이상한 소리를 만들어놓고 실험이니 퓨전이니 아방가르드니 떠드는 것은 개밥을 비벼놓고 퓨전음식이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럴 경우 저 혼자만 먹으면 된다. 여러 사람 같이 먹자고 권하지 말고.

다시 말해서 인간의 감동이 없는 실험이나 퓨전이나 아방가르드는 공허한 자기기만 일 뿐이다. 그것은 음악적 공해이고 쓰레기의 양산이나 다름없다. 이런 음악은 가수나 작곡가의 유명세 때문에 잠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는 있다. 하지만 수명은 너무나 짧다. 특히 재즈 가수들이 앞 다투어 실험하는 이상한 자기만족적 퓨전 재즈에 아주 식상한다. 실제로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실험은 있는데 음악이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요즘 가장 중요시 되고 있는 이른바 ‘소통’이 안 되는 음악만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 예술을 하는데 있어서는 창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예술은 그 자체가 창조이기 때문이다. ⓒ김선호 음악 칼럼니스트

감동이 있는 실험 음악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포르투갈 출신의 호드리고 레아웅의 실험은 본받아야 할 음악임이 분명하다. 그는 1982년 세띠마 레지아웅(Setima Legião)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1993년까지 활동했다. 이 때 추구한 음악은 다소 몽환적인 음악으로 포르투갈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레아웅은 마드레데우쉬(Madredeus)라는 그룹을 만들게 된다.

마드레데우쉬는 ‘신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레아웅은 이 그룹을 통해서 리스본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포르투갈 정통 파두에 클래식적인 정서와, 대중적인 포크음악 분위기를 접목시켜 파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피아졸라가 탱고를 클래식 수준의 ‘누에보 탱고’로 발전시킨 것처럼, 레아웅도 포르투갈의 파두를 한층 더 깊이있는 음악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어쩌면 궁상스러울 수도 있었던 포르투갈 파두가 드디어 미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실험이고 새로운 음악이었다.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신디사이저를 이용하여 입힌 음악들이 낯설거나 정신없거나 하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언제 그게 입혀졌지?” 하고 반문할 정도이다. 또 포르투갈 파두에서는 결코 빠져서는 안 될 12 줄짜리 포르투갈 기타 ‘구이타라’가 사라져 버렸다. 그 대신 클래식 기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것은 클래식과의 소통을 위한 보편성의 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레아웅의 실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994년 복스 앙상블(Vox Ensemble)이라는 다소 클래식한 앙상블을 만들어서 <Ave Mundi Luminar(세상의 빛)>라는 음반을 낸다. 이 음반의 특징은 라틴어 가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그레고리 성가 풍으로 중세음악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 일렉트릭 사운드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어딘가 숨어들어가서 환상적으로 융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음반은 레아웅의 또 다른 음악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독특한 음반이다. 

   
▲ 레아웅은 1994년 복스 앙상블(Vox Ensemble)이라는 다소 클래식한 앙상블을 만들어서 <Ave Mundi Luminar(세상의 빛)>라는 음반을 낸다. 또 2000년에 내놓은 <Alma Mater(성모 마리아)>는 KBS 1FM '세상의 모든 음악' 시그널로 사용되기도 했다.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편안한 소통의 음악

레아웅의 음악을 몇 마디로 줄여서 말한다면 ‘편안한 소통의 음악’이라고 하고 싶다. 그가 낸 모든 음반을 다 들어봐도 편하지 않은 곡은 거의 없다. 그의 음악은 중세와 근대, 그리고 현대음악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뉘앙스의 퓨전음악이지만, 뭔가 불편하거나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또한 클래식인 것 같기도 하고 포크음악인 것 같기도 하고 파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일관된 것은 쉽게 소통이 된다는 점이다. 장르 역시 다양하다. 클래식은 물론이고 파두, 샹송, 보사노바, 탱고, 일렉트로니카, 라틴 뮤직 등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마치 엄청나게 맛있는 뷔페식당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우나우디(Ludovico Eunaudi), 보컬리스트 베스 기븐스(Beth Gibbons), 스튜어트 스테이플스(Stuart Staples), 일본의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며 여러 장의 음반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2000년에 내놓은 <Alma Mater(성모 마리아)>는 KBS 1FM '세상의 모든 음악' 시그널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2009년 선보인 <A Mae(어머니)> 역시 명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 전반에 흐르는 중심축은 포르투갈의 정서인 사우다드(Saudade)라는 것이다. 즉 퓨전이니 뭐니 해도 내면에 흐르는 정서는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음악 파두에 내재된 ‘향수’, ‘한(恨)’이 자리 잡고 있다.

   
▲ 레아웅의 명반으로 꼽히는 2009년 <A Mae(어머니)>와 <O Mundo(세상)>ⓒ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O Mundo(세상)

아무튼 레아웅의 음반 중에 꼭 한 장만 소장하고 싶다면 <O Mundo(세상)>라는 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음반에 1993년부터 2006년까지 히트했던 레아웅의 곡들이 모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홍삼 엑기스’인 셈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사다가 몇 시간씩 삶지 않아도 된다. 그냥 엑기스만 딱 마시면 된다. 그럼 이 음반에 수록된 몇 곡을 들여다 보자.

우선 4번 트랙의 'Solitude'는 샹송의 분위기에 우수에 찬 흐느낌을 가득 집어넣었다. 노래를 부르는 Ana Vieira의 목소리는 거의 ‘애수의 소야곡’ 수준이다. 하지만 곡의 전반적인 느낌은 정서와 애환의 표현으로 볼 때, 포르투갈 파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5번 째 트랙의 'Noche' 는 마치 핑크 마티니의 차이나 포브스가 노래하는 것 아닌가하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절묘한 분위기의 기타연주(pedro joia 연주)가 어우러져, 버릴 수 없는 것을 버리고 난 처절함이 한없이 묻어난다.

6번 째 트랙의 ‘Tardes de Bolonha'는 1950년대 영화음악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코디언 바이올린 등의 조화가 이상하게도 빈티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또 어찌 들으면 그 옛날 서커스단 공연 연주 같은 느낌도 준다. 다만 발에 줄을 묶어 두드려 풍짝 거리는 북소리가 나오지 않을 뿐이다.

7번째 트랙 ‘Pasion'은 본래 2000년에 내놓은 <Alma Mater> 음반에 들어 있던 곡이다. 이 곡은 카롤리나의 칠면조 같은 변신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카롤리나의 비장한 목소리는 왜 그렇게 애수에 젖어있는 것일까.

CD2의 네 번 트랙 ‘Ave mundi'는 클래식에 대한 레아웅의 애정이 흠뻑 담겨있는 곡이다. 바로크 시대 소나타 같은 바이올린 연주에, 꿈처럼 아름다운 목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본래 이 곡은 1993년 복스 앙상블과 함께 내놓았던 곡이다.

아무튼 이런 곡들이 CD1에 15곡, CD2에 13곡이 들어있다. 시쳇말로 대박이다. 게다가 ‘Rosa'의 리믹스 버전이 CD1의 마지막에 들어 있고, 또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비극을 다룬 CD2의 11번 째 트랙 'A Tragedia’는 가슴 찡하게 한다. 그리고 그는 CD2의 마지막 곡목 그대로 새로운 세상 ‘O Novo Mundo'로 나간다. 끊임없이 ‘소통’이 되는 음악적인 실험을 하면서 ...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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