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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보사회와 미디어 정치
<강상호의 시사보기>영향력 커진 미디어 정치, 다각도 점검 필요한 시점
2016년 12월 21일 (수)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2009년 7월 미디어법이 날치기법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주도로 통과되고,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개국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들 4개사가 보수 성향을 띠게 돼 집권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야당이 미디어법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보수성향 채널과 진보성향 채널이 50:50으로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종합편성채널이 방송을 시작한 초기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 집권 세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미디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에서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종합편성채널이 박근혜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는 분석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경우,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추락과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것은 이들 종합편성채널과 관련 신문들이었다. 국정농단의 실체가 언론의 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인지 아니면 이해관계의 상충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미디어 그룹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입증된 셈이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것이 국회가 아니라 미디어 그룹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미디어 그룹이 대중을 움직여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게 했고, 광장의 분노가 국회를 움직였다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아무튼 탄핵정국으로 대통령은 궐위상태이고 정당 정치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미디어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 정치가 정당 정치를 약화시키는 현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당의 지도부가 당원을 통해서 여론을 조성하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해서 여론을 조성하고 당원은 조성된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서 국민을 동원하는 기제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이미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에는 전체 국민들의 15-20%가 당적을 가졌던 유럽이지만, 1980년대에는 당적 보유율이 10% 대로 떨어졌고, 현재는 5%대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2005년 ‘포린 폴리시’는 향후 40년 후에 없어질 것 중의 하나로 정당을 언급한바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보급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정치는 빠른 속도로 정당 정치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탄핵정국 전후로 정계와 재계는 물론 일반국민들도 미디어 정치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기대와 우려 섞인 모습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신뢰 위기가 발생할 때 포퓰리스트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른 한 쪽에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미디어가 나타난다. 포퓰리스트들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미디어가 선정적으로 포플리스트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대선 정국으로 이어질 때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이미 그러한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미디어 정치를 견제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 정치와 포퓰리스트가 결합하고 광장 민주주의가 지속된다면 정당 정치는 실종되고 19대 대선 정국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대선 일정이 불확실하고 대선이 단기간에 치러질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미디어 정치와 광장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이슈를 단기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며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디어 정치를 주도하는 종합편성채널이 정보의 제공과 분석에서 기존 공중파 방송인 KBS·MBC·SBS 등을 압도하며 종합편성채널의 편파성이 문제되고 있다. 프로그램 진행뿐만 아니라 언어 수준이 선정적인 종합편성채널이 공중파 방송을 밀어내고 정파적인 논쟁을 통해서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이 현상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 아무튼 종합편성채널의 패널리스트들은 매일같이 종합편성채널 무대에서 펼쳐지는 시대극을 해설하면서 유성 방송시대의 새로운 변사(辯士)로서 여론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분석이 진영의 논리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정론보다는 뒷담화 수준으로 신뢰가 떨어지는데도 시청자들이 편향 방송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몇몇 패널리스트들이 독과점 형태로 여러 종합편성채널에 돌아가며 출연하다보니 시청자들은 채널 선택권마저 상실한 셈이다. 미디어의 역할과 미디어 정치에 대해서 다각도로 점검해야 할 때다.

정보사회에서 미디어 정치가 정당 정치를 잠식해 갈 수밖에 없다면, 현재 미디어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언론에 대한 통제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막중해진 미디어에 대한 책임성의 강조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헌법 개정 시, 미디어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선언적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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