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그늘⑥]‘새마을운동’의 환상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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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그늘⑥]‘새마을운동’의 환상과 진실
  • 최정아 기자
  • 승인 2016.12.2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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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비판 금기…일제 '농촌진흥운동'의 확장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새마을운동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최고의 유산으로 꼽힌다. 부친의 이러한 정치적 유산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까.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새마을운동’은 무조건적인 믿음, 종교와 같다. 박 대통령 정치인생의 밑거름이자 미래여서다. 박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한국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부친의 유산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자신의 정치 생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새마을운동을 향한 비판의 시선은 그동안 금기시돼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상식 밖의’ 실정을 보여주며 여기서도 의혹이 피어오른다. 우리가 새마을운동을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의 비결’로 여겨온 것도 사실은 누군가 만들어낸 정치적 허상은 아니었을까.

◇ 환상①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이다?
옛말에 ‘모방없는 창조란 없다’는 말이 있다. 새마을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새마을운동의 기원은 일제가 추진했던 ‘농촌진흥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농촌진흥운동’은 당시 일제 조선총독부가 농촌경제의 몰락에 따른 농민들의 사회불안 억제를 위해 만든 운동이었다. 소작농이나 농민들의 불만, 각종 분쟁들을 억누르는 동시에, ‘황국식민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일종의 ‘일석이조’ 정책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미 국민대 교수 또한 저서 <그들의 새마을운동>에서 “새마을운동의 최고 지도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새마을운동을 주도했던 관료들이나 마을 청장년층이 모두 농촌진흥운동의 유경험자였다”라며 “식민지 지배당국의 농진운동이 박정희 새마을운동의 기원이다”라고 지적했다.
새마을운동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계몽운동이라는 해석보다는, 일제강점기 때 추진했던 ‘농촌진흥운동의 확장판’이라는 것이다.

▲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시사오늘

◇ 환상② 새마을운동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우월하다?
국제사회에선 한국의 ‘한강의 기적’에 찬사를 보내곤 한다. 특히 국제개발학 분야에서 한국의 경제발전 사례는 인기 연구대상이다. 그렇다면 ‘새마을운동’도 그럴까?
영국에서 국제개발학을 공부하고 있는 백모 씨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해외 어느 대학에서도 국제개발학 분야에서 한국 경제발전 사례는 전설로 꼽힐 정도다. 논문을 펼칠 때마다 한국 사례가 나온다”라며 “하지만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오히려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의견들이 나온다”라고 전했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새마을운동을 오히려 정치력을 강화하려는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ODA 전문가는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경우 정치적 리더십에 의해 사회적 동원이 손쉬운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정책적 수단이 뛰어나서 성공한 게 아니라 지도자가 강력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성공 노하우라고 (새마을운동을) 전수하려면 개도국에 강한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건데, 그건 정말 웃긴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 환상③ 개도국에서 새마을운동 성공사례가 속출?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새마을운동 해외수출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2017년 새혜예산안 가운데 ‘새마을운동’을 테마로 한 정부의 정부개발원조(ODA) 사업은 629억 원 규모다. 이중 기존 사업이 525억 원, 신규사업은 104억 원규모다. 이를 두고 정계 및 시민단체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새마을운동 예산을 대폭 확대하다니…’라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새마을운동 사업은 성공적이었을까.

새마을운동 첫 시행국가는 아프리카 개도국 르완다였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새마을운동을 진행했다. 실제로 르완다 현지시찰을 다녀온 국제원조 시민단체 ‘ODA WATCH’는 르완다 현지시찰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새마을운동) 봉사단원이 1년마다 바뀌는데 한 마을의 경우 사업이 사실상 멈춰져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단원들이 모두 떠나, 새마을운동이 르완다에서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산하 코이카가 추진하는 ‘코리아에이드’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에이드 국회 토론회’에서 이유정 이유정 ODA Watch간사는 “새마을 운동 거점협력국인 우간다의 경우 30여개 시범마을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하지만 사업지 선정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사없이 단순하게 기존의 사업지와 연계하거나 접근이 용이한 도시 위주로 구성하는 등 손쉬운 방식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이른바 ‘최순실 사업’으로 비판받고 있다.

▲ 최외출 영남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열린 ‘제1회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 개막식’에서 ‘더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환상④ 국비지원 새마을운동 전초기지 영남대?
영남대는 새마을운동 전초기지로 알려져 있다. ‘새마을운동 전도사’이자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외출 교수가 영남대에서 벌인 활동들 때문이다. 하지만 유령법인 운영의혹 등에 휩싸였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박근혜 정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최외출 교수가 주도하는 새마을운동 관련 재단이 유령법인 의혹에 휩싸였다”며 “이들은 지자체에 수십억 예산지원을 받았으나, 실제로 입주해있지 않았고, 현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최근 새마을운동 관련 학부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영남대에선 학생들을 상대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핵심은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시사오늘>과 만난 한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학생은 “그동안 제기되온 각종 유령법인 의혹, 국비 횡령의혹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해명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학과 측에선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외부엔 어떤 해명도 하지 않는다. 이해가 안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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