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종합저축, ‘부의 대물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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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종합저축, ‘부의 대물림’ 인가?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5.1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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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청약통장은 부자들만을 위함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이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혜택과 높은 금리로 지난 6일 출시 하루만에 가입자 226만 명을 기록했다.
 
▲     © 뉴시스

 
통장을 취급하는 곳은 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과 농협 등 5개 은행이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은행 지점들의 경우 청약통장을 만들기 위해 하루 100명 이상의 고객들이 몰려들어 은행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언론에서도 ‘대박’ ‘열풍’ ‘인기몰이’ 등의 수식어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인기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뜨거운 열기에 반해 허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서민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반대하는 이들은 “10년 청약저축을 들어도 분양금을 마련 못해 청약신청을 못하는 서민들은 밀려난다. 대신 한 살짜리 어린애까지 줄줄이 청약통장 마련해주는 부자들만 청약 신청해서 (아파트 분양권을) 싹쓸이 해버리니 부자들만 살판났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 “서민들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의견이 팽이하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기존 청약통장의 장점만을 부각시킨 통장이다. 정부나 은행에서도 주택청약종합축의 가장 큰 이점은 한 통장으로 공영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청약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존 청약 예·부금 가입 당시 주택의 규모를 선택해야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최대한도인 1500만 원을 예치한 사람의 경우 처음 청약에서 가장 넓은 전용면적 135㎡를 초과(서울 경우)하여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하나의 통장으로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어 흔히 ‘만능통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주택청약종합저축 돌풍의 비결은 높은 금리와 많은 혜택이다. 일단 기존통장보다 주택 마련에 훨씬 용이하다. 미성년자도 가입이 가능하고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청약이 가능하다. 주택 규모도 가입시점이 아닌 청약 시점에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무주택 세대주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할 경우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가 주택청약종합저축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지금까지는 1인 1통장 가입만 허용돼 청약기회가 제안돼 있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이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청약통장 가입자와 가입금액 감소를 막기 위함이다.
 
▲     © 뉴시스

 
무주택자와 서민을 보호하는 제도 마련해야


문제는 누구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청약제도에서는 20세 이상인 자에 대해 청약권을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20세 미만인 고객은 조기에 가입해 1순위 요건에 충족했다 하더라도 청약을 바로 할 수 없었다. 각 은행은 “만능청약통장에 가입하면 더 많은 청약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렇게 완화된 가입 조건은 무주택자·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뺏어 청약 제도의 본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유주택자와 미성년자의 청약 기회를 제한해 무주택자와 서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주택자만 청약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주택의 경우 현재도 높은 경쟁률 탓에 당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능청약통장의 등장으로 청약 경쟁률은 치솟을 전망이다. 유주택자와 미성년자(청약은 20세 이상부터 가능)와 경쟁해야 하는 무주택자·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게 뻔하다.
 
정부와 은행은 만능청약통장을 가입하면 더 많은 청약의 기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인기가 높아 질수록 청약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종합저축이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들이 떠안게 된다.
 
또한 이번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또 다른 부작용은 신혼 부부 등 젊은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에게 더 유리하다는 데 있다. 경쟁률이 높아져 건설사에서 집값을 높일 가능성이 큰데다 투자자들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자녀들까지 청약 경쟁에 동원할 경우 분양 물량의 상당 부분이 투자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이런 부작용이 우려되는데도 국민주택기금 확대를 위해 정부가 성급히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내놓은 이유에는 건설회사 살리기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은 아파트를 짓는 민간건설업체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최근에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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