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이제는 국회를 청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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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이제는 국회를 청문할 때"
  • 시사오늘
  • 승인 2010.08.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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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아마츄어리즘 그대로…파행 국회 누가 책임지나
청문회를 한자로 보면 ‘聽聞會’다. 듣고(들을 聽) 묻기(물을 聞) 위해 모이는 자리(모일 會)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는 한자를 즐겨 써온 동양의 언어 표현이다.
 
서구의 경우, 특히 미국은 우리의 ‘듣고 묻기’라는 표현에 비해, 오히려 단촐하다. 미국에서는 청문회를 단지 ‘듣기(hearing)'로 표기한다. 글자 그대로 듣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듣는다는 것인가? 당초 제기된 의혹에 증인(인사청문회의 경우 내정자 내지는 후보자)이 출석해 기존 의문점을 국회의원들에 밝힌다는 의미가 된다.

청문회를 활용하는 방식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인사문제와 관련된 논란이 떠들썩하게 제기된 적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재임 이후, 성 스캔들에 연루되거나 부패 의혹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것이 다수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청문회가 벌어지는 기간, 입법부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 이는 비단, 이번 중규모 수준의 비교적 규모가 있는 청문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당시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정부 부처의 개각 없이 단독이라고 할 만큼, 간소한 청문회를 치른 바 있다.

그렇다고, 청문회가 온전히 치러진 것도 아니다. 야당에서는 온갖 억측과 의혹을 제기하고 여당은 오로지 감싸기에 급급해 제기된 의문조차 풀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최근 치러진 국회 인사청문회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욱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나면서 청문회의 파행운영은 예측됐다. 여기에 후보자별 갖가지 의혹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의문을 불러오는 대목도 적지 않았다.

반면, 결과는 어떠했는가?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과 후보자, 증인 모두 입맛만 다셔야하는 씁쓸한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문제는 이러한 청문회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법이 시행된 이후 줄곧 반복되는 폐해라는 시각이 많다.

왜 그럴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만의 특수한 정치 상황과 문화를 제시한다.
 
앞서 말 한대로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증인에게 듣는다’는 청문회에 비해, 우리의 경우, ‘증인에게 듣기는 하지만 상대 정당으로부터도 듣는다’는 두 가지 행위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그만큼, 정당 문화에 파벌주의가 뿌리 깊게 깔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뒷전이고 상대 후보 진영(대부분 여당)의 실정과 의혹에 오히려 집중한다는 말이 된다. 여야가 자리를 뒤바꾸더라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그러나 이러한 폐해와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마땅히 검증 받아야할 후보자(내정자)를 제쳐 두고, 여야가 이전투구를 벌이다 보니 각료의 자질이나 도덕성은 고사하고 능력 검증은 자연히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부처 운영에 이른바 ‘아마츄어리즘’ 등으로 나타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병폐는 사실상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대로 되풀이 됐다는 평가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이 검증되는 인사청문회 본래의 역할이 언제쯤 가능할지’를 두고 이제는 "국민이 국회를 청문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월요시사 김동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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