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분권형 대통령제가 현실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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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권형 대통령제가 현실적 대안이다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7.01.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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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분권형 대통령제, 정서적 저항·중위 수준 정치제도와 충돌 피할 수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부문별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국회 개헌특위 4차 회의에 참석해 특위 위원들과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이날의 주제는 권력구조와 지방분권이 주 이슈였다.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를 대표해 발제를 맡은 이상수 전 장관은 대통령 직선제와 대통령에게 외교·안보·통일 등 외치를 맡기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에게 경제·교육 등 내치를 맡기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논의 과정 속에서 일부 의원들은 오스트리아 방식인 총리 중심 분권형 대통령제를 언급했고, 일부 의원들은 내각책임제를 선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논의 과정에서 보충 답변에 나선 필자는 현실적 대안으로서 ‘대통령 중심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적으로 권력구조를 변경한 나라가 매우 적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제로 변경한 나라는 나이지리아와 스리랑카 정도며, 대통령제에서 내각책임제로 변경하려고 했던 나라는 브라질인데 결국 실패하고 대통령제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권력구조가 채택되고 시간이 지나면 그 권력구조는 관성을 갖게 돼 다른 권력구조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일단 특정 권력구조가 결정되면 그에 따라 중위 수준의 정치제도인 선거제도·정당제도·지방분권시스템 그리고 정치문화까지 그 권력구조와 연계돼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좀 예외적인 경우다. 정부수립이후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의 혼합 형태로 출발하다보니 대통령제 하에서 총리를 두게 됐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과 내각의 장관을 겸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권력구조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의 요소를 내재한 채 지난 68년 여 동안 운영돼 온 것이다. 현행 우리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제라기보다도 대통령 중심 혼합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87년 체제이후 매 정권마다 정치적 위기가 오면 예외 없이 정치권은 책임총리제를 주장했다. 때로는 집권당이 때로는 야당이 거국 내각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총리제를 주장했다.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도 대통령의 정치적 배려와 결단으로 총리에게 일정한 권한을 주는 분권형 대통령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책임총리제와 대통령 중심 분권형 대통령제의 근본적인 차이는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의 정치적 배려와 결단에 의한다는 것이고, 대통령 중심 분권형 대통령제는 헌법규정에 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권력구조를 대통령 중심 분권형 대통령제로 변경한다 하더라도 정서적 저항이나 중위 수준의 정치제도와 크게 충돌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 혹은 총리 중심 분권형 대통령제로 변경 시 정서적 저항과 중위 수준의 정치제도와 충돌이 예상된다.

일부 의원들은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동거정부 출현을 우려했는데 그것은 관념적 우려고 실제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세 번의 동거 정부가 있었다. 초기에 약간의 혼선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동거정부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동거정부를 정상적인 정부로 인식하는 국민이 70%를 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독 정부보다도 동거정부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이다.

87년 체제이후 계속된 대통령들의 불행을 대통령 개인의 리더십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리더십도 문제지만 제도가 더 문제라는 공감대가 촛불 광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개헌 시기 논쟁이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 정치권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대안 헌법들이 심도 있게 논의돼 왔다는 점에서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권력구조와 중위수준의 정치제도 간 상호 연관성과 세계사적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시기에 개헌을 통해 대안적 권력구조를 검토한다면, 이상수 전 장관이 대표 제안한 ‘분권형 대통령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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