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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은 공시생]“명절이 두려워요”
<현장에서>친척 등쌀에, 공부 페이스 깨져서…명절에 고향 안 가요
2017년 01월 29일 (일)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설날이었음에도 노량진 컵밥거리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 시사오늘

설 당일이었던 지난 28일, 노량진 ‘컵밥거리’에서는 가방을 둘러맨 ‘공시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4월 8일로 예정된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70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이들은 떡국 대신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따뜻한 가족의 품을 뒤로하고 ‘설 특강’이 예정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쟁자들은 다 공부하는데…”

이날 컵밥거리에서 기자와 만난 김모(28) 씨는 ‘상대평가’가 주는 심적 조급함이 명절을 노량진에서 보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도 가족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명절도 잊고 공부하는데 나 혼자 쉴 수는 없다”며 “뽑는 인원수는 정해져 있고 누가 그 안에 들어가느냐의 싸움인데 어떻게 명절이라고 마음 편히 쉬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여기(노량진) 있는 사람들이 다 경쟁자다 보니, 옆 사람이 무슨 책으로 어떻게 공부하는지 하는 것까지 신경이 쓰인다”며 “그냥 합격하기 전까지는 하루도 안 쉬고 공부한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고백했다.

“친척들 한마디에 마음 다쳐요”

노량진역 근처에서 만난 박모(32) 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한마디에 마음을 다친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작 나를 제일 생각하는 우리 가족들은 내가 신경쓸까봐 말 한마디도 조심하는데 일 년에 겨우 한 번 볼까말까 하는 친척들은 걱정하는 척하면서 말을 툭툭 던진다”면서 “내 나이가 많다 보니 나랑 비슷한 나이대인 사촌들은 다들 취업을 했는데, ‘대기업 다니는 우리 아들 보니까 힘들어 보이더라’라면서 자랑인지 위로인지 모를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때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그럴 때는 부모님 뵐 면목도 없다”며 “차라리 명절에는 눈에 안 띄는 게 부모님 자존심을 살려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오래 쉬면 페이스를 잃어서…”

또 다른 공무원 준비생 김모(25) 씨는 명절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최대 고비라고 했다. 김 씨는 “명절이라고 2~3일 쉬면 공부하던 페이스가 다 망가진다”면서 “사람들이 ‘2~3일 해봐야 몇 자나 더 볼 수 있다고 그러냐, 그냥 쉬어라’라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3일 쉬면 그 앞에 하루 이틀은 마음이 붕 떠서 공부가 안 되고, 쉬고 나서는 다시 (공부하는) 습관들이는데 하루 이틀이 걸려 일주일이 그냥 날아간다”며 “가족들 볼 면목이 없는 것도 맞지만, 사실 공시생들이 명절에도 학원가고 독서실가고 하는 건 어렵게 만들어놓은 공부습관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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