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사상 최대실적 뒤에 숨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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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사상 최대실적 뒤에 숨은 '그림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2.0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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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현대산업개발(HDC, 대표이사 정몽규·김재식)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과 관련,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린 어두운 이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 현대산업개발이 대표 브랜드 아이파크 등을 앞세워 지난해 사상 최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과 관련, 성적표 이면에 숨은 그림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 현대산업개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2016년 연결기준 매출액 4조7499억 원, 영업이익 5172억900만 원(잠정치)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2.8% 상승한 성적이다.

이 같은 호(好)실적은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 호황 영향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현대산업개발 측 역시 "우량 신규 주택사업의 착공과 공정이 본격화 됐고, 기존 현장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통해 면세점 등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챙겼다. 2015년보다 80.8% 증가한 1조3400억 원 가량의 현금·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는 게 중론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풍부한 현금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개선, 주주가치 제고 확대 등을 통한 이익 변동성 감소는 유효한 투자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내부거래·비정규직↑…신규 수주↓
축협發 정몽규 오너 리스크 '잠재'

▲ 최근 사기죄로 피소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자칫 오너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 뉴시스

문제는 사상 최대 실적 뒤에 숨어있는 '그림자'들이다.

우선, 그룹 계열사, 관계회사 등과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확대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2016년 1~3분기 동안 관계기업 ㈜아이콘트롤스, 공동기업 HDC신라면세점㈜ 등과의 거래를 통해 총 358억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동기 대비 50배 가까이 뛴 수치다.

아직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편이나, 이 같은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현대산업개발의 지속성장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

또한 지난해 정규직 직원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대폭 늘린 점도 눈에 띈다. 공시를 살펴보면 2016년 9월 기준(3분기) 현대산업개발의 정규직 직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수는 1062명으로, 2015년 동기 대비 2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계약직) 숫자는 488명에서 666명으로 급증했다.

인건비를 줄여 실적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적에 급급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 여지 역시 상당해 보인다.

오너 리스크 가능성도 대두된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KFA,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최근 KFA 경기 사용구 공식 후원사 낫소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현재 낫소 측은 지난해 공식 후원 연장 계약 당시 KFA가 '공인마크 독점사용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계약이 마무리되자 KFA가 입장을 바꿔 다른 업체들에게도 공인마크 사용 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한다. 반면, KFA 측은 낫소가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알고 동의했다고 반박한다.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정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그림자'는 현대산업개발의 미래성장 가능성이 안개 속이라는 데에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신규 수주는 총 3조9510억 원으로, 2015년 5조6650억 원보다 30.3%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택 부문 신규 수주 역시 43% 감소했다.

올해 신규 수주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게 해외 금융사들의 평가다.

일본계 증권사 노무라금융투자는 "현대산업개발의 2017년 매출이 지난해 대비 13% 떨어진 3조400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2018년부터는 매출이 감소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 HSBC 역시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의 신규 수주가 감소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올해에도 이익 증가세는 뚜렷할 것이다. 주택 매출 인식 본격화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며 "또한 면세점 등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주택사업 공급을 확대해 좋은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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