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춘재의 굴욕과 체포된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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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춘재의 굴욕과 체포된 권력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7.02.08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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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정치 시스템 변화 절실…정략적 논쟁 배제하고 대선 전 개헌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서양 중세사를 공부하다보면 세속적인 황제권과 신권인 교황권의 충돌을 접하게 된다. 일명  ‘카노사(Canossa)의 굴욕’이다. 107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하인리히 4세와 교황인 그레고리우스 7세가 성직 서임권을 두고 대립하게 되는데, 교황이 황제를 파문하고 폐위하자, 황제가 북부 이탈리아 카노사(Canossa)에 머무르고 있던 교황을 찾아가 성문 앞에서 맨발로 무릎을 꿇은 채 눈물로 용서를 빌자 교황이 파문을 철회한 사건이다.

새해 초 청와대 상춘재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와 인터넷 매체인 정규재TV 대담을 보면서 카노사(Canossa)의 굴욕이 오버랩 됐던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박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무릎을 꿇고 국민 앞에 용서를 빌지는 않았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구차하게 자신을 변호하던 모습은 상춘재의 굴욕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대통령의 모습 어디에서도 국가 원수로서의 권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탄핵정국 하에서 벌어지는 이 드라마를 ‘체포된 권력’이라고 하자. 이 드라마를 놓고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 주연 최순실 조연이라고 말하고, 일부에서는 최순실 주연 박 대통령 조연이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입장과 보는 관점의 차이다. 아무튼 언론은 연일 사실과 추론을 섞어가며 흥미 위주로 현대판 궁중 서사시를 연출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언론의 책임 윤리를 떠나서 지극히 혼란스럽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현 정권에서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였던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 조정실장, 현직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감옥에 가고 있다.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따라 대통령은 체포되지 않았지만, 실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과 실세들이 체포된 형국이다.

광화문 촛불광장에서는 체포됐지만 아직 체포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다.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더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후보 사퇴로 보수 세력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보수 세력을 사지로 몰고 가는 늪이요 함정이다. 황 총리의 애매한 태도가 오래 갈수록 보수 세력은 제2의 반기문 현상에 빠질 것이다. 보수 세력의 재정립을 위해서 황 총리의 조속한 불출마 선언이 요구된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서 보수 세력의 재건은 어렵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현행 헌법 하에서 보수 집권 세력의 최고 권력이 무력화됐다. 보수 세력의 반전은 가능할까? 위에서 언급한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는 절치부심하고 세를 늘려서 3년 후 로마 교황청을 공격한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는 교황청 탈출에는 성공했으나 복귀하지 못하고 이듬해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Salerno)에서 숨을 거둔다. 하인리히 4세가 대역전극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설령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된다하더라도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대세는 결국 정치 교체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정권 교체와 정치 교체 간 논쟁이 있지만, 정권 교체보다는 정치 교체가 국민의 요구다. 정권 교체가 정치 교체의 단서가 될 수 있으나, 정권 교체만으로 정치 교체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세론이 불안정한 이유고 혁신 세력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이유다. 혁신은 진보 세력 내에서도 가능하고 보수 세력 내에서도 가능하다. 안희정의 급부상은 진보 세력의 정치행태 변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의미한다. 보수의 반전도 혁신에서 시작돼야 한다. 혁신을 주도하는 세력이 탄핵 이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은 구체적 메시지로 나타나야 한다. 개헌은 이 시점에서 혁신의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다. 개헌은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전투적·배타적·대결적 다수결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경쟁적·포용적·타협적 합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 헌법 사항인 정부형태(권력구조)는 지난 30년 간 변하지 않아 다수결 민주주의 시스템이지만, 법률 사항인 선거제도·정당체제·지방분권과 정치문화는 일정 부분 이미 합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전환돼 왔다.

상춘재의 굴욕과 체포된 권력 현상이 현행 대통령제와 무관하지 않고, 정부형태(권력구조)와 중위 수준의 정치제도 간 미스 매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스템 전환을 미뤄서는 안 된다. 정략적 논쟁을 배제한 대선 전 개헌이 바람직하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 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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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근 2017-02-09 02:10:08
겉으로 드러난 선동된 현상을 포장한 자신의 희망 사항만 나열한 글 같네요.
자신의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무개념 우파나 종북 좌파들이 자신들의 목적으로 위장하기 위해 흔이 내거는 미사여구인 경쟁적, 포용적, 타협적 합의제 민주주의라는 말은 절재독재 김정은 일가를 미화하고 추종하기 위한 전략적 개념이라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안희정씨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지 않고소 우파에 위장전술 쓰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