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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탐구-남경필②] 귀 열린 소장파의 관문깨기
아버지보다 커진 아들, 출사표를 던지다
비주류 한계 부수며 차세대 리더 대열에
연정앞세워 보수진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2017년 02월 11일 (토)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특집으로 ‘차세대’‘영건’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남경필, 이재명 등 50대 대선주자들에 대한 탐구를 기획했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이번 대선 도전은 이 꼬리표들을 하나씩 떼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소장파의 한계를 부수며, 보수를 뛰어넘는 여정이다. ⓒ뉴시스

‘정면돌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이번 대선 출마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남 지사의 정치는 축복받은 환경에서 시작됐지만, 대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꼬리표들이 달렸다. 남 지사의 이번 대선 도전은 이 꼬리표들을 하나씩 떼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소장파의 한계를 부수며, 보수를 뛰어넘는 여정이다. 물론 어느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한국정치 전체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다. <시사오늘>은 대권전쟁 젊은 피 특집의 두 번째로 남 지사를 탐구했다.

첫 번째 관문, 핸디캡 아닌 핸디캡

남 지사는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故 남평우 전 의원의 장남이다. 1998년, 15대 국회 임기 도중 남 전 의원이 급서(急逝)하며 지역구(수원시팔달구, 현 수원병 선거구)를 물려받았다. 당시 미국 유학 중이던 남 지사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을 서둘렀지만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부고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유지를 받아, 정치판에 뛰어든다. 아버지의 지기였던 극동방송 회장 김장환 목사의 충고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남 지사는 초반의 열세를 딛고 재보선에서 당선, 15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됐다. 그런데 남 지사는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으며 비교적 ‘순탄한’ 정계 입문을 했지만, 동시에 아킬레스건을 갖게 됐다. 경남여객과 경인일보를 소유한 기업가이기도 했던 선친 덕분에, 남 지사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 경험도 아버지의 회사인 경인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한 게 전부다. 때문에 그 당시 흥청망청 노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오렌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근래 쓰이는 용어로 바꾸면 ‘방탕한 금수저’ 정도 되겠다. 게다가 아버지와 함께 정치를 했던 동료 의원들에게 그는 언제까지나 ‘친구 아들’에 불과했다. 그들에게는 ‘찢어진 청바지와 염색한 머리를 한 채, 의원회관을 찾아오던 대학생 남경필’의 기억이 더 생생해서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든든한 울타리는 동시에 정치인으로서 매력을 반감시키는 그늘이 된 셈이다.

 그런데 소위 일반적인 ‘금수저’의 이미지와 달리, 남 지사는 겸손을 내세워 여의도에 적응해 나간다. ‘전 아무것도 모른다’며 도움을 청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6대 국회에서 함께 했던 한 한나라당 의원은 남 지사를 두고 ‘보기보다 귀가 열린 친구’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물론 재선, 3선을 하고 당내 소장파로 존재감을 드러내도 ‘경필이가 어느새 저래 컸노’라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이 여전히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남 지사의 이번 대선 도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정치인으로서의 ‘태생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던지려는 시도다. 지난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남 지사는 ‘금수저 출신 아니냐’는 질문에 ‘금수저 맞다’고 시원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벗어나 경기도 전체로 영역을 확장했고, 여세를 몰아 무대를 전국으로 옮겼다. ‘연정(聯政) 경험’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도 들고 나왔다.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아버지를 넘어선 지 오래인 그가, 홀로서기를 완성했다.

 경기도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한참 전에 청출어람을 이룬 남 지사가, 그간 자신이 쌓아온 것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와 한나라당 당시 소장파 동료였던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시스

두 번째 관문, 소장파의 한계 돌파

정치인 남경필의 브랜드는 원내에선 ‘보수정당의 소장파’였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야당이 됐다.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주류와 궤를 달리하는 소장파들이 부상했다. 1999년에는 ‘미래연대’라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2000년 16대 국회에서 재선한 남 지사는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와 미래연대에서 의기투합했다. 세 사람은 ‘남·원·정’으로 불리며 보수정당의 쇄신세력을 대표하는 이름이 됐고, 2002년 대선에서 재차 패한 뒤에는 개혁 의 선봉에 서며 당을 지탱하는데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장파로서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당을 구해냈음에도, 주류와 충돌하며 정작 본인이 원하는 도전에는 실패했다. 남 지사도 2006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한 차례 도전했지만, 김문수 전 지사에게 밀려나며 꿈을 접었다. 남 지사의 측근 이승철 경기도의원은 지난 7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경선을 대비해 한창 경기도 전역을 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남 지사가 나를 부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거푸 소주잔을 비웠다. 그 다음날 김 전 지사에게 후보를 양보했다”라고 술회했다.

이후 원내대표를 노리던 2014년에는 친박계 지도부의 ‘중진차출론’에 떠밀리며 오히려 경기도지사로 선회해야 했다. 세월호 참사로 여권에 싸늘했던 당시 분위기로 볼 때, 이는 사실상 험지출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실제 전국의 모든 지역 중 가장 마지막까지 안갯속이었던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는 새벽녘이 돼서야 약 0.8%p차이, 남 지사의 신승(辛勝)으로 끝났다.

  상황은 달라졌다. 탄핵 정국이 터지자, 남 지사는 친박계 주류가 잡고 있던 새누리당을 가장 먼저 선도(先導)탈당하며 이목을 끌었다. 뒤이어 박차고 나온 이들이 만든 바른정당은, 남원정의 맏형 정병국 의원이 대표를 맡을 만큼 구 소장파의 지분이 확보돼 있는 곳이다. 최소한 새누리당에 있을 때 만큼의 비주류 설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여전히 소장파의 한계를 깨는 도전은 필요하다. 대권의 당내 경쟁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대 주주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은 부산경남(PK)이 정치적 근거지다. 지역 색이 옅은 수도권 정치인 남 지사는 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무형의거대한 흐름, 영남패권론과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세 번째 관문, 새로운 보수는 가능한가

 남 지사가 개혁적인 소장파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보수 진영 안의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의 여론은 급격한 탈(脫)보수 성향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권교체가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지목됐으며, 지지율 상위권은 야권의 후보들로 채워졌다. 그래서 이번 대선, 보수 진영에서는 그나마 ‘중도 보수’라는 평을 듣는 인물들이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남 지사도 이 중 하나지만,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남 지사는 보수의 벽을 넘기 위해 경기도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 ‘대(大)연정’을 내세우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때 당선 시 부지사직을 야당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의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더욱 필요한 실험이 된 이 연정은, 공약이었기에 보다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약간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남 지사의 이 연정실험은 약 3년이 지난 지금 ‘성공적’이라는 평이 더 많다.

이는 심지어 야권 지지자 일부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는 지난해 말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남 지사는 경기 야권에서도 참 평이 좋은 편이다. 말도 통하고, 합리적인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연정도 성공한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남 지사는 이 연정을 통일 준비의 핵심 기반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남 지사의 이러한 정치실험은 양날의 검이다. 보수를 한 단계 발전시킨 진화로 받아들여지거나, 보수와 진보 사이의 어중간한 회색 방황에서 그칠 수도 있다. 다만 남 지사 입장에선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한 지지층을 가진 차세대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기만 해도 ‘남는 장사’라는 시각도 있다.

 

   
▲  바른정당의 한 당직자는 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바른정당이 과거 새누리당의 포지션 쪽으로 간다면 유승민 의원 쪽으로, 야당과 연대나 연정을 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남경필 지사 쪽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강점과 약점, 그리고 변수

 남 지사의 강점은 유연하고 소탈한 이미지다. 오히려 한동안 정계에서 ‘권력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의 시선을 받았을 정도다. 소위 ‘빚진 것 없이’ 정치를 하다 보니 계파에도 크게 얽매이지 않고, 야권에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유로움이 존재한다.

 여기에 5선의 국회경험, 경기도라는 거대 지자체의 행정경험 역시 나이에 비하면 독보적인 정치경력이다. 1965년생인 남 지사는 아직 정치가 가능한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남아있다. 지난 1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시대’ 사고가 머물러 있는 구시대의 ‘올드’ 정치인으로 구시대의 기득권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남경필은 좌우를 통틀어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한 ‘뉴’ 정치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남 지사의 약점으로는 가족이 지목된다. 많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이혼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쉽다. 그 내막과는 별개다. 군 복부로 자랑이었던 아들도 군 부대 내에서 구설에 올랐다. 이 때문에 남 지사는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상처를 입었다. 남 지사는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도 “결국은 좋은 점도 실책도 다 남경필”이라며 “모든 것을 솔직하게 밝혀왔고 앞으로도 숨길 게 없다”고 정면돌파를 천명한 상태다.

 남 지사와 관련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중도로 모이는 제3지대다. 현 보수여권의 후보들 중, 야권과의 연대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남 지사다. 바른정당내에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 쪽으로, 남 지사는 국민의당 쪽으로 기운다. 만약 바른정당이 야당쪽과 손을 잡는 방향으로 갈 경우엔 남 지사에게 획기적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바른정당의 한 당직자는 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바른정당이 과거 새누리당의 포지션 쪽으로 간다면 유 의원 쪽으로, 야당과 연대나 연정을 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남 지사 쪽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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