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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세론’과 외부 요인
<기자수첩>외부 요인으로 ‘대세’된 문재인, 이제는 내실 다질 차례
2017년 02월 13일 (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세론 초입에 들어선 분위기다 ⓒ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세론’ 초입(初入)에 들어섰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33.2%를 얻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5.9%)과 안희정 충남지사(15.7%) 등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황 권한대행과 안 지사의 지지도를 합쳐도 문 전 대표에게 미치지 못하는, 완벽한 독주(獨走) 체제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은 ‘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 자리에 오를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 역시 “문 전 대표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변수는 많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자 구도에서 30%를 상회하는 지지도를 얻는 후보, 2위보다 두 배 이상 지지도가 높은 후보에 대한 평가치고는 이상하리만치 박하다.

이와 같은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신은 현재 지지도가 외부 요인에 따른 반사 효과라는 데 기인하는 면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10월, 문 전 대표 지지도는 20% 전후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레임덕 마지노선’이라던 30%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문 전 대표의 지지도는 요지부동(搖之不動)이었다. 오히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였다.

문 전 대표 지지도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부터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한 자릿수까지 폭락하고, ‘친박(親朴) 후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반 전 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유탄을 맞고 휘청거린 뒤에야 문 전 대표 지지도는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렸다. 즉, 그의 이름 옆에 찍힌 33.2%라는 숫자는 ‘정치인 문재인’이 당초 지닌 20% 전후 지지도와 정권 교체의 바람을 ‘문재인’이라는 이름에 투영한 10% 전후의 지지도가 합쳐진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세론’이 한 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외부 요인에 의한 상승은 외부 요인에 의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지지도가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한 ‘정권 교체 vs. 정권 재창출’이라는 구도(構圖)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지형이 무너지는 순간 ‘문재인 대세론’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탄핵이 인용되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지금 구도는 붕괴되고 인물 대결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물론, 이 예측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문 전 대표다.

기미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도는 전주 대비 3%포인트 하락한 29%였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주보다 9% 오른 19%를 기록, 문 전 대표를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보수층에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자 문 전 대표로 대동단결했던 정권 교체 요구 세력이 인물 중심으로 헤쳐모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러다 보니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이어가려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충고가 들린다. 많은 정치권 관계자들은 문 전 대표가 아직까지도 ‘친노(親盧)’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갔던, 차기 대선에서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에게는 모욕에 가까운 평가다.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한 충청권 의원은 “아마 정치인들 중 문 전 대표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 전 대표를 구성하는 요인에서 ‘친노’를 빼면 뭐가 남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례를 봐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사(鬪士)’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득권과 맞서 싸운 파이터’였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성공한 기업인’이자 ‘성공한 서울시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지위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성공적으로 결합한 사례다. 그러나 문 전 대표에게서는 ‘친노’라는 글자를 지우면 마땅히 떠오르는 그림이 없다. ‘문재인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예기치 못한 외부 변수가 생겼을 때 그는 다시 20% 전후의 ‘친노 후보’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친노’가 주는 확고부동(確固不動)한 20%의 지지도를 바탕으로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론의 기수(旗手)가 됐다. 하지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지적했듯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고 나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누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느냐’에서 ‘누구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하느냐’로 바뀔 수밖에 없다. 과연 문 전 대표는 대선 전까지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캐릭터를 완성해낼 수 있을까. 국민의 물음에, ‘문재인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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