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안론 안희정에 문재인 대세론, ‘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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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안론 안희정에 문재인 대세론, ‘흔들흔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2.21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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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우클릭·포용 정책…진보 결집에 치중한 문재인과 대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지속되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보수층 지지를 등에 업고 추격하는 안희정 충남지사 때문이다 ⓒ 뉴시스 / 그래픽디자인=김승종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20.4%를 기록, 32.5%를 얻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12.1%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의 독주(獨走) 체제가 ‘양강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그런데 안 지사의 지지도 구조를 살펴보면 독특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선 조사에서 안 지사는 민주당 지지자로부터는 20.5%를 얻은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자에게서 각각 21.5%, 32.9%를 획득했다. 이념 성향별로 봐도 안 지사는 보수층과 중도층에게서 16.8%, 24.0%씩의 지지를 받았고, 진보층에서는 17.3%를 얻는 데 그쳤다. 안 지사 지지도의 상당 부분이 보수층과 중도층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적극적 우클릭, 보수 표심 사로잡아

안 지사가 보수층의 ‘대안’으로 등장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풀이를 내놓고 있다. 우선 표면적 이유로 안 지사가 최근 적극적인 ‘우클릭’을 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안 지사는 지난달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혜적 정치와 포퓰리즘은 청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에는 보수 성향 단체 대담에 참석해 “사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 간 이미 (사드를 배치하기로) 협상한 것을 이제 와서 뒤집을 수 없다”며 “현실이 유감스럽지만 중국이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복지와 안보 면에서 보수층의 시각과 일치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은 것이다.

또 그는 “원내 다수파와 대연정을 꾸리는 게 노무현 정부의 실천방안이었다”며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부산대학교 행사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시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됐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말까지 남겼다. 이처럼 사안을 가리지 않고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태도를 취하다 보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좀처럼 ‘밀어 줄’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보수층 눈에 안 지사가 포착됐다는 이야기다.

문재인만 아니면…보수의 전략적 선택

문 전 대표의 강한 ‘적폐청산(積弊淸算)’ 의지가 보수층의 표심을 안 지사에게로 쏠리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전 대표가 보수 진영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까닭에, ‘화해’와 ‘관용’을 강조하는 안 지사가 보수의 대안으로 급격히 부상(浮上)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근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부산대 강연에 대해 “안 지사의 해명을 믿지만 분노가 빠졌다”며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안 지사가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때는 나도 열을 받지만,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될 지도자일 때는 분노라는 감정은 너무 조심스럽다. 지도자의 분노는 단어 하나만 써도 피바람을 불러 온다”고 응수하자 문 전 대표는 또 다시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으로,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고 재차 비판했다.

이와 같은 문 전 대표의 강경한 태도는 진보 진영을 결집시키는 데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 보수 진영의 ‘안희정 지지’에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권의 한 관계자는 2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보수 표가 안 지사에게 몰리고 있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문 전 대표는 보수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지만, 안 지사는 포용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문 전 대표가 이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문 전 대표는 보수표를 등에 업은 민주당 후보에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 전 총장이 불출마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보니 보수층에서 안 지사를 ‘보수의 대안’으로 보는 것 같다”며 “보수층에 새로운 후보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보수층 표심은 계속해서 안 지사에게로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대결 구도가 ‘청산 vs. 포용’의 모양새를 띤 것이 보수층의 안 지사 지지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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