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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을 보면 김문수가 오버랩된다
<기자수첩>권력만 좇는 하이에나에게 미래는 없다
2017년 02월 22일 (수)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는 ‘보수 껴안기’에 한창이다.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대연정을 시사하며 보수층에 러브콜을 보내더니, ‘선한 의지’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 시사오늘

“원내 다수파와 대연정을 꾸리는 게 노무현 정부의 실천방안이었다. 미완의 역사를 이어가겠다.” (2일 기자간담회)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하시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됐다.” (19일 부산대학교 행사)

“정의를 실천하려 싸우는 것이지만, 그 완결은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21일 ‘4차 혁명과 미래인재’ 콘퍼런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는 ‘보수 껴안기’에 한창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대연정을 시사하며 보수층에 러브콜을 보내더니,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논란이 되자 21일 “(선의의 예로)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든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곧이어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 보수층 포용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안 지사가 ‘관용’을 트레이드마크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그런데 안 지사의 행보를 관찰하다 보면 위화감(違和感)이 느껴진다.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2월 26일, 안 지사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3당 합당 당시 상도동계를 등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DJ를 호남에 가둬버리고 경쟁에서 이기고자 했던 YS의 정략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는 원칙도 없고 민주주의 대의에도 어긋나는 짓이다. 내게 YS의 3당 합당은 야당의 전선을 완전히 붕괴시킨 사건이다. 역사적 정통성, 정치세력으로서의 모든 것을 깨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10여 개 이상의 헌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됐다. 여기에는 국민주권주의·대의민주주의·법치국가원칙 등 민주주의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된다.

자연히 의문이 생긴다. 안 지사는 YS의 3당 합당을 “민주주의 대의에 어긋나는 짓”이라며 “용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국민주권주의·대의민주주의·법치국가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된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다”고 옹호했다. 과연 안 지사가 용서할 수 있는 행위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더욱이 YS의 3당 합당은 불가피한 면이 있는 결단이었다. YS와 DJ는 1987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당시 통일민주당의 지분 구조를 보면, 전국 92개 지구당 중 창당지구당이 56곳, 미창당지구당이 36곳이었는데, 미창당지구당을 제외하면 30 대 26으로 YS측이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DJ측은 YS측에 미창당지구당 36곳 중 23곳을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YS측은 18곳씩 50 대 50으로 나눠 임명하자고 맞섰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YS는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DJ측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DJ는 YS의 수용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엿새 뒤, DJ는 ‘4자 필승론’을 내세우며 신당 창당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1988년 제13대 총선을 앞두고도 DJ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제13대 대선에서 민주세력 간 분열로 정권을 잡지 못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YS는 DJ가 이끄는 평화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했다. 평민당은 합당 조건으로 소선거구제를 요구했고, YS는 “우리가 제2야당으로 추락할 것”이라던 김덕룡과 김현철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평민당은 소선거구제만 받고 합당은 피해갔다.  이 두 사건이 있은 후, YS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며 3당 합당을 결행했다. YS로서는 3당 합당을 군정 종식을 위한 ‘최후의 결단’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안 지사는 당시 YS 최측근인 김덕룡의 비서였다. YS의 3당 합당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을 포용의 대상으로, YS를 용서할 수 없는 대상으로 분류했다.

만약 두 달 새 생각이 바뀌었다면, 안 지사는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다 탄핵 기각으로 돌아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바뀌지 않은 채 ‘관용’을 내걸고 있다면, ‘관용’은 표를 의식한 ‘보여주기’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권력만 좇는 하이에나에게 미래는 없다.”

22일 기자와 만난 정치권의 한 원로는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표를 위해 철학적 일관성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른 안 지사가 숙고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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