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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탐구-이재명②] 트럼프처럼 말하는 한국의 샌더스
아웃사이더, 촛불타고 대선판 등장
샌더스의 방향성, 트럼프의 방법론
정치 기반 약하지만 폭발력 충분해
2017년 02월 26일 (일)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시사오늘>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특집으로 ‘차세대’‘영건’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남경필, 이재명 등 50대 대선주자들에 대한 탐구를 기획했다.

   
▲ 뜻하지 않게 성큼 다가온 한국 대선에서도 한 아웃사이더 정치인이 돌풍을 일으켰다. 트럼프처럼 말하지만 정치적으로 샌더스에 가까운 정치인.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뉴시스

큰 선거판엔 으레 돌풍이 따라온다. 지난해 말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는 ‘아웃사이더’ 돌풍의 충돌이었다.

비록 막말을 일삼았지만 거침없는 모습으로 자국민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했고, 여세를 몰아 대통령까지 당선된 트럼프.

비록 당내 경선에서 패했지만 강성 진보 비주류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휘감으며 인상깊은 선전을 남긴 샌더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성큼 다가온 한국 대선에서도 한 아웃사이더 정치인이 돌풍을 일으켰다. 트럼프처럼 말하지만 정치적으로 샌더스에 가까운 정치인.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시사오늘>은 대권전쟁 젊은 피 특집의 세 번째로 이 시장에 대해 살펴봤다.

아웃사이더, 정치권을 기습하다

 이 시장이 살아온 역정은 상당히 극적(劇的)이다. 경북 안동에서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이 시장은, 초등학교 졸업 후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했다. 1976년 경기도 성남시로 이주, 공단 노동자로 일하던 중 산업재해로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으며 병역이 면제된다. 이후 고입검정고시, 대입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한 뒤 중앙대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변호사가 됐다. 시국사건, 노동사건 변론을 주로 맡았던 이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1994년엔 성남시민모임(현 성남 참여연대)를 결성키도 했다.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던 이 시장이 정치에 뛰어든 것은 2005년이다. 그 해 8월 열린우리당에 입당, 성남시장에 출마했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다. 그러나 정치를 계속 이어가 2007년 대선에선 정동영 캠프 비서실 수석부실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총선에서는 성남시 분당구갑에서 도전해 재차 패했다. 지금까지는 일견 특별할 것 없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정치 도전기다. 이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세 번째 도전인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약 51%라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뒤 부터다.

 별다른 계보도 없고, 특별한 ‘보스’도 없는 정치권 외곽의 초선 시장은 매섭게 발톱을 드러낸다. 그간 숱하게 배출된 운동권 출신, 시민운동 출신 진보진영의 정치선배들보다 더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대표적인 것이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로 알려진 산후조리 지원금·무상교복·청년배당이다. 이 시장의 복지정책은 중앙정부와 충돌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그리고 이 시장은 탄핵정국이 열리자 야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후보로 급부상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촛불시위가 가장 거세게 타올랐던 지난 해 12월에는 최고 16.2%를 기록하기도 했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홈페이지(nesdc.go.kr) 참조) 최근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으나, 원내경험도 없고, 정치경력도 상대적으로 짧은 이 시장으로선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유력 대선후보가 된 셈이다.

 야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23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은 갑자기 부풀긴 했으나, 이미지로만 이뤄진 것이 아닌, 실적과 정책을 토대로 생겨난 것이란 점에서 쉽게 꺼지진 않을 것”이라며 “확실한 ‘팬 층’만 만들어도 정치인으로서는 남는 장사다”라고 전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징은 복지다. ⓒ뉴시스

샌더스의 방향성

 이 전 시장의 상징은 복지다. ‘복지’라는 말이 주는 따뜻한 어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이 시장에겐 ‘복지를 위해 싸우는 투사’라는 이미지가 있다. 강경한 태도를 일관하며 정책을 밀어붙였고, 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성남시가 시행한 자체 만족도 모니터링 결과, 청년배당의 경우 지난 해 2/4분기 대상자(2866명) 중 ‘청년배당이 도움이 됐다’는 응답자가 96.3% 였다. 3/4분기 외부기관 설문(367명)에서도 95%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산후조리지원금의 경우도 지급대상자 154명에 대한 만족도 조사결과 96.7%가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미 대선의 ‘샌더스’의 위치도 획득했다. 이 시장 본인도 자신의 저서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성공한 샌더스가 되려고 한다’고 적었다. 샌더스의 자서전 낸 출판사는 추천사를 이 시장에게 부탁했다.

 아웃사이더라는 점, 복지와 분배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부분에서 이 시장이 샌더스와 유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샌더스의 정치적 주장과 포지션은 정의당과 좀 더 가깝다. 그러나 정의당은 시(市)급 지자체장으로 행정을 운영해 보지 못한 탓에, 이 시장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물론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강경한 인물로 분류된다. 

트럼프의 방법론

이 시장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이 샌더스라면, 그 방법은 트럼프에 가깝다. 이 시장은 기득권 언론과 조직을 크게 신뢰하지 않으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온라인의 이 시장 지지자들은 ‘이재명과 손가락 혁명군’이라고 자처하며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손가혁’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본격 대선 정국에 들어서며 오프라인 조직이 가세, 더욱 탄탄한 지원세력으로 거듭났다.
 

 또한 이 시장은 거침없는 언변과 쉬운 비유를 통해 ‘사이다’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에 대응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고구마, 안희정 충남지사가 쌀밥이라고 스스로 빗댈 정도로 이 시장이 구축한 ‘사이다’ 이미지의 힘은 강력했다. 이 시장의 강한 발언들은 촛불정국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했으며, 그대로 이시장의 지지율로 변환됐다.

 다만 이 시장은 때론 너무 즉흥적인 발언과, 부적절한 단어 선택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지난 1월엔 ‘수준 낮은 일베(일간베스트)만 보면 짝짝이 눈에 정신지체아가 되는 수가 있다’라는 발언이 장애인 비하로 구설에 올랐다. 이 시장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만큼 확산이 빠른 대신 수습도 쉽지 않다.

   
▲ 지난 4일 광화문 촛불시위를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 ⓒ뉴시스

강점과 약점, 그리고 변수

이 시장의 강점은 ‘복지 지향의 강한 진보’라는 확실한 자신의 색깔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색깔에 걸맞고 이 시장의 논리를 뒷받침해줄 구체적인 근거들도 쌓여 있다. 이 시장은 초선 때 공약이행률 96%를 보이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재선 때 득표율이 더욱 상승했다는 점도 이 시장에게 힘을 싣는다.

또한 일각에선 약점으로 지목하는 ‘형수 욕설 파문’ 등 가족문제도 정면돌파 여지가 충분하다. 민주당 한 당직자의 말을 빌면 ‘애초에 이 시장의 이미지가 가족 문제로 흔들릴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해명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도 그렇다.

 이 시장의 약점은 오히려 원내경험의 부재와 정치조직의 미비 등이다. 여론은 정치 조직보다 훨씬 쉽게 구축할 수 있지만 그만큼 관리가 힘들다. ‘돌풍’을 일으킨 정치인들은 대개의 경우 시간이 지나며 역풍을 맞았다. 이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것은 정당과 지역연고다. 당내의 입지가 아주 강하지 않고, 지역색도 옅은 이 시장에겐 ‘롱런’을 하기 위한 발판 다지기가 숙제다.

 이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개헌을 비롯해 불안정한 현 정국 그 자체다. 이 시장의 지지율과 지금의 위치가 어느 정도는 혼란한 정국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니 만큼, 정치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이 시장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 시장의 끈기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아직은 정치인으로서 기반이 미약하다”며 “순풍을 타면 흥할 수 있는 매력은 있지만 앞으로 정국의 변화에 따라 이슈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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