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탄핵 인용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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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탄핵 인용을 원하고 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3.0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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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기각 시 국민적 분노 대선으로 직결…정국 전환 기회도 잃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탄핵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보수 진영이 탄핵 인용을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 뉴시스

탄핵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 후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2주가량 지속된 ‘탄핵 정국’이 막바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날’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보수 진영이 ‘탄핵 인용’을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마땅한 대권 후보 없이 조기 대선을 치르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지만, 탄핵이 기각되면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탄핵 기각되면 차기 대선에서 국민 분노 터져나올 것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국민일보>가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방향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8.5%가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각해야 한다는 18.2%에 불과했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탄핵 찬성 의견을 피력한 응답자가 77%에 달했다. 국민 4명 중 3명 이상이 박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최순실 게이트’ 국면이 차기 대선 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헌재 결정에 승복하기로 한 만큼, 국민적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는 12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의 한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보수 입장에서 이번 대선은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라면서도 “그래도 인용되는 쪽이 낫다”고 단언했다.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들은 12월 대선에서 분노를 표시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는 한 쌍으로 묶여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60일 간의 ‘국면 전환’ 기회도 잃어

탄핵 기각 시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므로, 정국 전환을 통한 분위기 반전이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3일 JTBC <썰전>에 출연, “탄핵이 인용되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누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느냐’에서 ‘누구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하느냐’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되고, 대선 정국은 ‘누가 대통령 자리에 어울리느냐’의 구도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탄핵이 기각되면 차기 대선은 ‘누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느냐’라는 프레임 속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탄핵 인용 시 보수에게 생기는 ‘60일간의 기회’도 사라진다. ‘최순실 게이트’로 보수가 궤멸(潰滅) 직전에 놓인 지금, 60일이라는 시간이나마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보수의 솔직한 심정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앞선 여권 관계자는 “60일이라는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탄핵이 인용되면 분위기가 바뀔 타이밍이 한 번은 올 것”이라며 “지금이야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진보가 상식, 보수가 비상식이라는 구도가 짜여서 그렇지,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나’라는 구도로 재편되면 지금 같은 일방적인 싸움은 안 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심판론’으로 흘러가는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라도, 보수가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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