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이 ‘김종인 모시기’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권형 대통령제 형태에서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풍부한 사회경험과 경륜을 가진, 국가원수로서의 ‘깜’이 되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한국당이 자존심을 접고 ‘과거의 동지’에게 손을 내민 것은 김 전 대표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개헌’과 ‘경제민주화’를 적절히 활용하면, ‘반문(反文)’의 기치 아래 세워질 ‘빅 텐트’ 구축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7일 탈당을 선언한 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강연에 참석, “대통령이 되면 헌법상 권한에 의해 5년을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개헌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직격했다.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워 개헌론자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또 그는 탈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내가 이 당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며 “모든 당이 지금 개혁입법을 외치고 있지만, 개혁입법이 하나도 진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당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에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음을 폭로하면서, ‘반문 연대’의 매개가 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고스란히 챙겨 나온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당이 김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할 경우, ‘빅 텐트’의 중심은 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다. 빅 텐트 성립의 전제 조건이 ‘반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헌과 경제민주화 코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김 전 대표가 빅 텐트의 뼈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은 대선 이후 정국을 주도해나가면서 친박(親朴)당 색채를 제거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8일 〈시사오늘〉과 만난 여당의 한 당직자는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를 대선 주자로 영입할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정치력이 뛰어난 김 전 대표에게 개헌을 매개로 한 반문연대 구축을 맡기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김 전 대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 (입당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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