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27 목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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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탐구-정운찬②] 한국경제 마지막 구원투수 등판
‘함께 잘 살자’외치는 경제전문가
제3지대에서 출발…검증은 완료
충청대망론타고 본선무대 오를까
2017년 03월 18일 (토)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선거에선 후보들 뿐 아니라 후보들이 들고 나온 가치도 충돌한다. 누가 더 그 시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을 지녔으며 준비된 방안을 들고 있는지를 겨룬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히트시킨 바 있다.

그런데 2017년 대선은 비교적 급조된 무대이기 때문일까. 아직까진 자신의 철학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드러내는 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은 확실히 꼽을 수 있다. ‘동반성장’을 내걸고 링 위에 오른 경제학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시사오늘 권희정

경제전쟁, 마무리 투수의 등장

선거의 가장 큰 화두가 민주화에서 경제로 넘어온 지는 오랜 일이다. 정확히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라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화를 이뤄낸 문민정부의 말미는 경제위기로 점철됐고, 이후 경제전문가에 대한 열망은 이명박(MB) 전 대통령 선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경제상황에 대한 희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탄핵과 함께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는 또 다시 기대를 배신했다. 그리고 재차 ‘경제전쟁’이 벌어졌다. 경제통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고 ‘경제민주화’를 내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몸을 풀고 있다. 그리고 ‘마무리 투수’로 한국 경제학의 적통(嫡統)을 잇는 정 전 총리가 등판하면서 화려한 대진이 완성됐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의 수제자로, 한국 최고 경제학자 반열에 일찌감치 올라있는 정 전 총리가 쓴 <거시경제학>은 여전히 신림동 고시촌의 바이블 중 한 권이기도 하다.

 경제학교수로 30년 이상을 재직한 정 전 총리는 경제 분야에 대해선 13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경제민주화나 혁신성장, 공정성장 등은 동반성장으로 포괄할 수 있는 개념들”이라며 “경제문제는 철학과 의지에 이해까지 있어야 해결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오른쪽)과 악수하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운찬 캠프 제공

 충청대망론, 불씨는 살아있다

지역적으로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충청대망론’의 성취여부였다. 영남패권론과 호남대안론이 지배해온 한국의 정치 지형도(地形圖)에서 충청도는 캐스팅보트를 쥔 동시에 영원한 조연이었다. 충청대망론은 이 구도를 깨고‘충청 지역 출신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것이 골자다.

가장 유력한 주자는 여권에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였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의 이탈로 갑작스런 공백이 생겼다. 대망론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반 전 총장의 충청 지지층은 길을 잃었다. 다른 충청 출신 대권주자로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있지만, 두 사람 다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번 선거 최대의 핸디캡을 진 상황이다.

범여권에서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은 이제 정 전 총리 한 사람만 남은 셈이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 ‘매향노’라는 오해도 샀던 정 전 총리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정안이 옳았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 사건도 불식(拂拭) 단계에 들어갔다.

정 전 총리의 고향은 충남 공주다. 충청대망론을 위해 무려 17년 전 故 성완종 전 의원이 만들었다고 일컬어지는 충청포럼의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정 전 총리는 충청포럼 서울지부의 행사에 참여하며 애향심(愛鄕心)을 과시했다. 그 자리에서 충청포럼 김현일 회장대행은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모임”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 고향 식구들이 중에서 큰 일(대선)을 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17일엔 충청지역 명사 모임인 백소회에서 반 전 총장과 만나기도 했다. 모임에서 정 전 총리는 “충청권이 앞장서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고 새로운 정치 지평을 열자는데 반 전 총장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앞으로 많이 도와주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만약 반 전 총장의 지지율과 조직을 정 전 총리가 큰 잡음 없이 흡수할 경우엔 선거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충청대망론에도 다시 불이 붙을 공산이 크다.
 
‘현미경 검증’도 이미 완료…부족한 건 조직

정치판은 끊임없는 검증의 무대다. 그것이 한 나라의 수장을 뽑는 대통령 선거라면 더욱 정밀한 과정이 필요하다. 반 전 총장의 낙마 이유로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언론과 정가의 검증공세에 대한 부담이 첫손에 꼽힌다.

그런 측면에서 정 전 총리는 대선 후보로는 첫 도전이지만, 국무총리가 되는 과정에서 가혹할 정도의 검증을 거친 바 있다. 당시 청문과정에서 의혹의 규명 과정을 묶은 참관기(參觀記)는 아예 한 권의 책으로 나왔을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정 전 총리는 일종의 ‘예선 면제’티켓을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풀이도 나온다.

여권 정계의 한 소식통은 지난 14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사람(후보)들은 조금 늦게 스타트해도 별 무리가 없다”며 “정 전 총리는 당시 MB정권에 대한 여론의 불신 등 정치환경 때문에 내가 아는 한 가장 세밀한 청문회를 거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 전 총리의 최대 약점은 정치조직의 미약함이다. 학자 출신 정치인들이 대개 그렇듯, 정 전 총리도 정당 차원에서의 조직을 거느리고 있지 않다. 동반성장포럼이 전국 규모로 확대되면서 어느 정도의 형태는 갖추고 있지만, 과거 대선에 도전했던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정 전 총리 측의 한 관계자도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콘텐츠는 자신 있는데…”라면서 “솔직히 조직이 아직 부족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사실상 독자노선을 천명한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이 향후 정 전 총리 대선 가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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