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단상]신한은행 임원, 연봉은 '프로' 봉사는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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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단상]신한은행 임원, 연봉은 '프로' 봉사는 '아마추어'?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7.03.2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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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 신한은행 임원들이 22일 창덕궁에서 봄맞이 청소봉사를 했다. ⓒ신한은행

지난 22일 인터넷에는 중후함을 풍기는 신한은행 임원들이 창덕궁에서 청소 봉사를 하는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이날 신한은행 임원 및 본부장은 창덕궁 성정각에 모여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짚으로 만든 짚솔로 찌든 기름때를 벗겨내는 등 나무 본연의 색을 보존하기 위해 전통 방식의 청소를 실시했다고 한다.

시설 관계자는 “올 봄에는 작년보다 궁궐 내 꽃들이 꽃망울을 빨리 맺어 국내외 방문객을 맞을 준비로 바빴는데 신한은행 임원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줘 고맙다”고 말했다. 

‘봉사’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신한은행 임원들의 청소 봉사 사진을 보니 눈과 마음이 청결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누구를 위한 봉사인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지난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억1000만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렇게 ‘몸값’이 높은 임원들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봉사에 나섰다. 그만큼 제대로 된 효과를 내야한다.

그런데 그 수혜자가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병에 지친 환자도 아니었다. 이번 봉사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시설 관계자’다. 사실 창덕궁 청소는 이들 시설 관계자들의 책임이다. 아마도 이들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직자일 것이다. 이들을 위해 신한은행 임원들이 끙끙거리며 창덕궁 마룻바닥을 닦은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해 말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들이 '기부금' 조로 수십에서 수백억 원을 준 것과 관련해서다. 총수들은 선의로 돈을 냈을 뿐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 ‘기부금’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물론, 이번 신한은행 임원들의 봉사활동을 ‘최순실 게이트’에 빗대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부 문화가 좀 더 세련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얘기다.

그런데 한 가지 안 풀리는 대목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치권에 대한 기부금은 잘 내면서 법인세 인상에는 왜 그토록 예민한가라는 점이다.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기부인데 말이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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