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산, ‘문재인 대세’…안철수 ‘고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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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산, ‘문재인 대세’…안철수 ‘고향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3.2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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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선 부산은 누구를 선택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부산·경남·울산 득표 차는 111만4452표였다. 전국 득표 수 차이가 108만496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경남·울산에서의 결과가 승패로 직결됐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경남·울산 민심은 차기 대선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부마항쟁을 이끌었던 야도(野都)지만, 3당합당 이후 보수정당의 텃밭 역할을 해왔던 부산·경남·울산 여론은 ‘대선 미리보기’의 최적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사오늘〉은 대선을 45일 앞둔 지난 25일, 부산을 찾아 민심을 들어봤다. 

▲ 날씨가 흐렸던 지난 25일, 부산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그래도 문재인’이라고 말했다 ⓒ 시사오늘

“문재인, 대안이 없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문재인 전 대표)·2위(안희정 충남지사)·4위(이재명 성남시장)가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경선이 본선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이러다 보니 부산에서도 민주당 경선이 화제였다. 대선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야기부터 꺼냈다. 우선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긍정론과 ‘대안이 없다’는 불가피론이 맞섰으나, ‘그래도 문재인’이라는 결론은 일치했다.

“문재인이 되겠죠. 저도 문재인 찍을 건데. 군대 갔다 왔고 비리도 없고, 우리나라에 이런 정치인 또 없잖아요. 박근혜만 봐도 일단 깨끗한 사람 찍는 게 중요한 거지.” (부산 서면, 30대 직장인)

“부산에서도 문재인이 대세예요. 어른들은 아직 문재인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특전사 갔다 온 사람한테 빨갱이는 무슨. 우리 부모님도 완전 보수인데, 이번에는 문재인 찍을기라고 하시던데.” (부산 서면, 20대 대학생)

“문재인이 시원시원한 맛은 없다. 부산 사나이다운 맛이 없는기라. 그래도 어쩌겠노. 대안이 없다 아이가. 안철수를 찍겠나 홍준표를 찍겠나.” (부산 초량시장, 60대 자영업자)

“찍을 사람이 없다. 문재인이도 말 바꾸는 거 보니까 아니다 싶던데…. 지난번에 무슨 선거에서 지면 사퇴한다고 안 했나? 그나마 나온 사람 중에는 문재인이가 제일 낫긴 나으니까 찍긴 찍어야지….” (부산 수영구, 50대 택시 기사)

안 지사의 경우 ‘과격하지 않다’, ‘신선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선한 의지’ 발언의 여파가 남아 있는 데다, 민주당 경선에서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탓인지 안 지사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극소수였다.

“나는 안희정이가 좋던데. 싸우지 말고 다 같이 잘 해보자는 게 쉬운 말이 아인기라. 당장 문재인이만 해도 청산한다느니 뭐한다느니 한다이가. 근데 안희정이가 (민주당 경선에서) 되겠나.” (부산 수영구, 50대 택시기사)

“안희정이 괜찮더만. 이제 그런 젊은 사람이 한 번 해야 돼. 근데 아마 안될낀데? 문재인한테 이기겠나?” (부산 초량시장, 60대 자영업자)

“안희정은 대통령 될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거 같아요. 박근혜가 선의로 했다나 뭐 그런 말도 하던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안희정 뽑느니 이재명 뽑을거예요.” (부산 서면, 20대 대학생)

▲ 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탐탁지 않다’면서도 ‘문재인 대세론’이라는 대명제에는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 시사오늘

“안철수, 고향만 부산인 사람”

광주·전남·제주 경선에 이어 전북경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며 대권 꿈에 불을 지피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안 전 대표는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그는 ‘관심 밖’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유일한 ‘문재인 대항마’라는 이유로 안 전 대표에게 표를 던진다는 유권자는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안철수는 부산에서 태어나기만 했지, 그기 오데 부산 사람인가? 호남의 사위라고 떠들고 다니더만. 국민의당도 호남당 아이가? 몰라, 안철수 찍을 사람 하나도 없을긴데?” (부산역, 40대 행인)

“안철수가 무슨 부산 사람이고. 민주당 있다가 국민의당 갔는데. 둘 다 전라도당 아이가?” (부산역, 50대 자영업자)

“옛날에는 저도 안철수 팬이었는데, 오만 정이 다 떨어졌어요. 하는 거 보니까 정치하면서 안 좋은 거만 다 배웠더라고.” (부산 서면, 30대 직장인)

“저는 친노가 싫어서 안철수 나오면 안철수 뽑으려고요. 문재인 이길 수 있는 사람 밀어줘야지 뭐.” (부산역, 30대 행인)

자유한국당 역시 부산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분위기였다. 다만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시원시원한 발언’이라며 호감을 표하는 시민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양심이 없네 사람들이….” (부산 서면, 20대 대학생)

“내가 30년 동안 1번(자유한국당)만 찍어온 사람이라. 그래도 이건 아니지. 도대체가 국민들 무서운 줄을 모르는기라. 아직도 박근혜 따라다니면서 잘못 없다카는 놈들이…. 이번에는 절대 1번 안 찍는다.” (부산역, 60대 행인)

“자유한국당은 싫은데 홍준표는 괜찮은 거 같더라. 시원시원하게 말 잘하더만. 지금 좌파들 무서워서 말 못하는 우파들 많아. 나는 홍준표 나오면 홍준표 찍을기라.” (부산 초량시장, 60대 자영업자)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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