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기합 지금도…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선착순기합 지금도…
  • 고정길 편집주간
  • 승인 2010.09.13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公正)이란 단어가 하루새 정가의 유행어가 됐습니다. 대법관 출신인 김 감사원장은 공정한 사회의 세 요소로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부여 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경쟁해 승패를 가리며 낙오했거나 경쟁에 참여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던 사람들을 국가 사회가 배려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특권과 반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겠지만 알기 쉽게 말하면 샛문 만들어서 자기자식 들여보내는 짓 같은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인터넷에 공정한 사회에 대해 ‘(공)자왈 맹자왈 죽어라 공부해도 (정)체 불명의 종자들이 빽써서 (한)방에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 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회)괴한 짓거리를 해도 넘어가는 G들이 설치는 사회’라는 댓글이 실렸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정의와 공정함이라는 것은 결국 이상이다. 모두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게 공정이고 정의라고 했다. 아무리 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평범한 사람이 세계 신기록의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를 달리기로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비록 경기에서 이기지를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군대에 선착순 기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체 기합을 줄 때 연병장을 제일 먼저 돌고 돌아오는 체력 좋은 사람은 더 이상 운동장 도는 기합을 받지 않고 방관자가 됩니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선착순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계속 운동장을 돌아야 합니다.
 
똑 같은 출발선상에서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고 해서 공정한 사회가 아닙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우리 사회를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는 응집력, 결속력을 유지해 나가기가 힘들어집니다.
 
그 어떤 사회도 완벽하게 정의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교적 정의롭다고 구성원들이 생각을 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건강한 사회가 될 수가 없습니다. 높은 벼슬아치의 자제들을 과거 없이 추천만으로 관리로 임용했던 음서(蔭敍)같은 특채가 횡행을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공정한 사회’가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사회가 나는 남보다 못살아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명문대학을 안 나왔어도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억울하지 않는 사회, 이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