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변호사의 Law-in-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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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0.09.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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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유의 재산인데...강제집행(?)
 
Q. (주)산하는 2010년 2월 25일 (주)태백으로부터 당시 태백이 소유하고 있던 기계를 5000만원에 매수했다. 한편 (주)진상은 2008년 11월경 태백에 물품을 납품했으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다가 결국 소송을 제기해 2009년 12월경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태백이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이번에는 2010년 3월경 태백이 소유하고 있었던 위 기계에 대해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자신이 얼마 전에 매수한 기계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집행관을 보고 놀란 산하는 “얼마 전에 이미 내가 매수한 건데 왜 딱지를 붙이냐”고 호소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경우 산하는 어떤 법률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까? 딱지가 붙었으니 기계는 포기하고 태백에게 따져 물어 물품대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A. 진상은 소송에서 이겼음에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태백 소유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해야 할 입장이다. 다만 사실은 산하가 그 이전에 기계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과연 강제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는 좀 애매하다.
 
그리고 산하는 태백이 채권채무관계가 있어 자신이 매수한 기계에 강제집행이 들어오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나 어쨌든 강제집행이 진행돼 기계가 경매로 낙찰되면 5000만원을 날릴 판이다. 과연 산하는 거금을 들여 매수한 기계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분명 강제집행이 들어오기 전에 돈을 주고 매수한 내 소유의 물건인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법은 이럴 경우 산하가 제3자이의 소를 제기해 강제집행을 취소시킬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 놓았다. 쉽게 말해 이 재산은 강제집행이 실시되기 전에 내가 매수한 내 소유의 동산이므로 법원에서 이미 허가해 준 강제집행을 불허해 달라는 이야기다.
 
그럼 이 기계는 산하의 소유로 이미 넘어가 있는데 법원에서는 왜 강제집행을 허가해 줬냐고 따져 물을 수는 있다. 그런데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등기·등록과 같은 공시방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누구의 소유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웬만해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물론 기계도 등록이 가능한 것이 있지만 이 사안에서의 등록이 안 되는 기계다.)
 
그러나 공시방법이 없는 동산 같은 경우에는 소유관계를 미리 알 수가 없어 법원에서는 필요한 요건만 갖춰지면 일단 강제집행을 허가해 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바로 여기에서 제3자이의의 소라는 것이 필요하다. 산하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한 진상을 상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해 위 강제집행을 취소시킬 수 있다.
 
다만 재판이라는 것은 증거가 필요한 법. 위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매수할 때 작성한 계약서나 물품대금을 지급한 증거자료 등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또 하나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은 내가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했다고 해 진상이 신청해 진행되고 있던 강제집행이 자동적으로 멈춰서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산하는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소위 잠정처분이라는 것을 함께 신청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그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강제집행을 잠시 정지해 달라는 신청이다. 왜냐 하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강제집행이 진행돼 낙찰돼 버리면 이미 소유권은 낙찰자에게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그 때는 나의 소유라고 주장해 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매수할 때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반드시 확인, 권리관계를 살펴봐야 하듯이 동산을 거래할 때에도 그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정보를 충분히 수집해야 안전하다. 산하도 무턱대고 매수했다가 소송에 휘말리게 됨으로써 필요 없는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 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거래였으면 좋았을 텐데 태백은 자신의 채권채무관계를 매수인에게 정확하게 공개하지도 않았고, 강제집행이 들어왔을 때 피해를 보고 있는 산하를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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