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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역설②]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그것이 문제로다"
<르포> "정권교체, 제대로 하려면 문재인을 밀어야 해”
"박근혜는 구속, 이젠 안철수의 새 정치 기대”
2017년 04월 02일 (일) 윤슬기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박근혜도 이제 탄핵 됐는디, 이젠 문재인인지 안철수인지 제대로 확인해보고 뽑아야 하지 않것소. 박근혜한테 당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뽑아야제. 근디 문재인이 지금 1등이라고 한들 안철수는 1등 못 하겠는가. 본선에선 둘 중 호남에 잘하는 사람 뽑을 것이여.” 

지난달 25~26일 국민의당 경선과 27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각각 안철수와 문재인에게 투표했다는 남기환(69세·남·북구 매곡동)씨가 28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지난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첫 경선지였던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손을 들어줬다. ‘호남 민심을 잡는 자가 야권 주자가 된다’는 정치공식이 있을 정도로 야권 대선 후보자들에게 호남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호남은 야권 후보자들에게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앞으로의 경선 향방을 결정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시민들이 ‘본선’에선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소신껏 마음에 드는 후보’를 밀어줄 것인지, 아니면 ‘될 사람’을 밀어줄 것인지 그 사이에서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대전(大戰)이 있었던 지난달 23~28일까지 ‘광주 송정역 일대’와 광주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충장로’에서 <시사오늘>은 호남의 민심을 들었다. 여전히 ‘대세’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뽑겠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를 거론하며 이젠 진짜 ‘새 정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 지난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첫 경선지였던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손을 들어줬다.ⓒ시사오늘

“미워도 다시 한 번 문재인…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광주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무려 92%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호남은 여전히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강한 지지를 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권교체’ 프레임을 등에 업은 ‘문재인 대세론’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현석(56·남·자영업·광산구 우산동)씨는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 확실히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지지율 1위인 문재인을 뽑는 것이다. 야권에 좋은 후보가 많은 것은 안다. 하지만 다양한 후보를 염두에 두고 뽑다가 정권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 우선은 문재인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중(31·남·회사원·남구 봉선동)씨도“지난 대선에도 문재인을 뽑았고, 이번 민주당 호남 경선에서도 문재인을 뽑았다. 문재인이라는 후보가 주는 신뢰감이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번에도 믿어볼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최선호(36·남·회사원·서구 유덕동)씨는 “안철수에 대한 기대도 물론 있다. 젊고 유능하고 기존 정치인과 다른 정치를 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철수를 뽑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교체를 위해선 민주당 후보를 뽑아야 하는 거 아니겠나”고 강조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5주차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주중집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대선후보 다자 지지율 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35.2%를 기록하며 13주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연령대별로 20~40대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이들은 본선에서도 안 전 대표가 아닌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대전(大戰)이 있었던 지난달 23~28일까지 ‘광주 송정역 일대’와 광주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충장로’에서 <시사오늘>은 호남의 민심을 들었다.ⓒ시사오늘

김혜윤(49·여·주부·남구 백운동)씨 역시 “호남에서 문재인을 밀어주든 아니든 이번 대선에선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역설했다.

박찬희(26·여·취업준비생·서구 금호동)씨는 “주변 친구들 모두 이번 대선에 참여하겠다고 열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취업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니 일자리를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후보들 대부분 다양한 일자리 공약을 내놨지만, 그래도 구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문재인같다. 그래서 문재인을 뽑을 생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안모(38·여·서구 화정동)씨도 “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에 경제 살리는 대통령이면 최고 아니겠나. 안철수는 이미 본인이 가진 재산도 많은데 서민의 어려움을 이해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박명준(41·남·회사원·북구 용두동)씨는 “박근혜가 탄핵됐다고 해서 적폐청산이 확실히 이루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을 뽑아서 정권교체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대전(大戰)이 있었던 지난달 23~28일까지 ‘광주 송정역 일대’와 광주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충장로’에서 <시사오늘>은 호남의 민심을 들었다.ⓒ시사오늘

“문재인 싫으니 안철수 지지…‘정권교체 + 반문정서’ 안철수 돌풍”

그러나 아직 광주의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여전했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반문 정서’는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의 이유에는 ‘선명성’과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거론됐다.

주모(42·남·사업가·광산구 송정동)씨는 “문재인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뭐가 어떻게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미 대통령이 된 듯이 행동하고 있다. 뽑히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된 것 같이 하는 모습, 민주당도 이미 집권당이 된 듯 한 모습에 더 이상 민주당엔 가망이 없단 생각이다”라며 비판했다.

김호식(53·남·회사원·북구 중흥동)씨도 “민주당은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갖고 있는 당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박근혜 탄핵 때 무엇을 주도적으로 했는지 묻고 싶다. 비단 당의 문제만이 아니다. 문재인도 말을 계속 바꾸거나 아니면 어중간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적어도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호남에게 명확한 비전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정윤식(66·남·동구 학동)씨도 “국민의당이 자꾸 문재인을 공격한다고 하던데, 없는 말을 지어내어 공격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지율 1위 대선주자라고 하더라도 지적받아야 하는 것, 고쳐야 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그런 말을 제대로 해주고 호남 민심을 대변해주는 것은 국민의당 밖에 더 있는가. 그래서 난 안철수를 뽑을 생각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문정서의 핵심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결된 ‘호남 홀대론’과 ‘친문패권’이 있다.

   
▲ 여전히 ‘대세’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뽑겠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를 거론하며 이젠 진짜 ‘새 정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시사오늘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모(69·여·동구 충장동)씨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문재인보다 문재인 주위에 있는 사람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호남 사람이 바보인 줄 아는가. 비서실장 할 때 호남이 그렇게 차별을 당했는데, 이번에도 차별을 안 당할 것이란 확신이 어디 있는가. 호남 올 때마다 말이 바뀌는 것도 믿을 수가 없겠는데. 주위에 아무리 호남사람을 앉혀놓으면 뭐하나. 진짜 호남을 생각하는 게 보여야지”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단연코 안철수를 뽑겠다는 이모(74·남·북구 운암동)씨는 “작년 총선 때도 실패하면 안 나오겠다고 두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호남을 수시로 내려오고 한다고 한들 우리 호남은 쉽게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다. 호남을 홀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그의 말을 또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비판했다.

기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의천(72·남·남구 월산동)씨도 “국민의당을 이번에 제대로 밀어줄 것이여. 내 주위는 다 안철수를 밀겠다고 말하고 있어. 정권교체는 해야 하지만 그게 꼭 문재인이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있나. 안철수가 해도 정권교체는 된다. 나는 호남의 사위 안철수를 뽑을 것이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안철수 전 대표가 꾸준히 주장해 온 ‘문재인 VS 안철수’ 구도를 말하는 시민들도 부쩍 늘었다.

현재윤(26·여·대학생·광산구 월곡동)씨는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둘 다 야권 대선 주자니 누굴 뽑을지 아직 결정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하면서 후보연설을 들어보니 문재인과 안철수의 일대일 대결이라는 안철수의 말이 일리가 있더라. 상황이 그렇게 돌아간다면 좀 더 사고가 유연하고 젊은 안철수를 뽑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경애(40·여·동구 충장동)씨는 ‘아직 본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 했다’면서도 “뉴스에서 보니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 문재인에 대한 나쁜 감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철수의 호소가 설득력이 있었다. 지난 대선에 안철수는 문재인에게 심지어 양보까지 해주지 않았나. 문재인을 이길 수 있다는 안철수를 밀어주고 싶다.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양보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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