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막말에는 계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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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막말에는 계산이 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4.0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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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양자 구도에서 존재감 어필 위한 전략…구도 전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치권에서는 홍 후보의 막말을 ‘계산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단순히 경쟁자를 헐뜯고 깔아뭉개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선거 구도를 전환시키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 뉴시스 / 그래픽디자인=김승종

‘홍준표식 막말’이 계속되고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으로 비하하면서 시작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막말 폭격‘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선 홍 후보를 '동네 이장 선거 출마할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홍 후보의 막말을 ‘계산된 발언’이라고 평가한다. 단순히 경쟁자를 헐뜯고 깔아뭉개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선거 구도를 전환시키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존재감 과시

홍 후보의 막말에는 몇 가지 부수적 효과가 따른다. 첫 번째 효과는 ‘존재감 부각’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홍 후보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7.5%에 불과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보다도 낮은, 말 그대로 ‘군소 후보’ 수준의 지지율이다.

그럼에도 그는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언론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 발언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지율 상으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독보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언론 노출 빈도에서는 홍 후보도 결코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낮은 지지율로 자칫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수위 높은 발언으로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뒤지지 않는 주목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는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한 말이 있지 않나.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만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나오는 게 좋다”면서 “홍 후보는 이 말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구도 전환용

한편으로는 막말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선거 구도를 설정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념스펙트럼 상, 홍 후보의 지지자는 오른쪽에, 문 후보 지지자는 왼쪽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이를 안 후보와 유 후보가 파고든 모양새다. 홍 후보의 고민은 안 후보가 우중간을 선점하면서 ‘진보의 문재인, 보수의 안철수’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홍 후보는 문 후보와 안 후보를 ‘한 패’로 묶는 전략을 쓰고 있다. 홍 후보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좌파 두 사람, 얼치기 좌파 한 사람, 우파 한 사람이 경쟁하는 구도”라며 “이번 대선은 결국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좌우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치기’라는 단어에 가려졌지만, 이 메시지의 핵심은 ‘안철수는 좌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지난 4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서는 “호남에서 둘이 싸우고 영남 나 혼자 하고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좌파·호남’으로 몰아넣고, 본인을 ‘우파·영남’ 후보로 규정함으로써 보수 대 진보의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극적인 언어로 관심을 끈 후, 안 후보에게 ‘좌파’라는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보수 대 진보의 5 대 5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 홍 후보의 계산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홍 후보가 말은 거칠게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영민한 사람”이라며 “발언을 잘 살펴보면 하나하나에 모두 메시지가 들어 있다. 모두 다 의도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막말은 주목을 끌기 위한 ‘미끼’일 뿐, 핵심 메시지 속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설명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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